[Cover Story -도시는 진화한다] "시골 아닌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나를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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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정보·기술 모이는 도시가 문명 발달시키죠“시골에 있는 건물들과 나무들은 나에게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지만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나를 가르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도시의 위대함을 이렇게 표현했다. 도시에는 사람이 모이고, 지식이 교환된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도시를 기업에 비유하기도 했다. 분업화·고도화된 도시에서 사람들이 일자리, 정보, 기술을 공유하며 인류 문명을 발달시킬 혁신들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다.과거나 현재나 도시는 혁신의 중심
도시는 역사적으로 혁신의 중심지였다. 서양에서 최초의 메가시티(거대 도시)는 로마다. 로마의 전성기 인구는 100만 명이 넘었다. 근대 도시가 갖추고 있는 도로와 수로, 하수도를 만들어냈다. 많은 인구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건축, 예술, 정치 등 전 분야가 고루 발전했다. 로마가 이뤄낸 각 분야 혁신은 당시 로마가 통치하던 유럽 지역 거주민들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켰다.18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은 도시 집중화가 전 세계로 퍼져나간 기폭제였다. 공장 노동자로 일하려는 사람들이 런던으로 몰려들었다. 영국은 도시에서 70%의 성장을 이뤄냈다. 평균적으로 어떤 국가의 도시 인구 비중이 10% 늘면 그 나라의 1인당 생산성은 30% 커진다는 게 글레이저 교수의 연구 결과다. 미국은 그 자체로 도시들의 국가다. 1850년 미국은 인구 10만 명이 넘는 도시가 6곳밖에 없었다. 하지만 1900년에는 그런 도시가 38곳으로 늘어났다.
예술도 도시를 중심으로 꽃폈다.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등 르네상스를 이끈 당대 예술가들의 무대였다. 18세기 오스트리아 빈에서 하이든과 모차르트는 제자 베토벤과 함께 협주곡에 대해 이야기했다. 19세기 파리의 몽마르트르 지역은 예술인들의 본거지였다.
이 모든 것은 도시가 갖는 복잡성과 분업의 특성 덕분이다. 도시에서 이뤄지는 사람 간의 ‘직접적 접촉’은 아이디어를 공유하도록 한다. 글레이저 교수는 “도시는 인류를 가장 밝게 빛나게 만들어주는 협력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며 “도시의 혼잡성은 다른 사람들의 성공과 실패를 관찰함으로써 얻는 새로운 정보의 지속적 흐름”이라고 설명했다.세계 인구의 54%가 도시에 살아
산업혁명 이전에는 전 세계 3% 인구만 도시에 거주했다. 유엔에 따르면 2016년 전 세계 인구의 54.5%가 도시에 산다. 전 세계 도시 중 100만 명 이상이 사는 도시는 512개다. 1000만 명 이상이 사는 도시는 31개다.
도시 집중 현상은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더러운 환경과 가난이 도시를 휘감고 있는 듯하다. 도시 인프라가 늘어나는 인구를 따라 발전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부작용이다. 18세기 프랑스 계몽 사상가인 장 자크 루소는 “도시는 인간 종(種)이 모여 사는 깊은 구렁”이라고 비관했다.하지만 도시의 가난은 오히려 도시의 강점을 드러내준다. 인생이 나아질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때문에 도시는 가난한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 중국의 농민공들이 고향 땅을 버리고 도시의 가난을 택하는 이유다.
가장 끔찍한 도시조차 그 국가 시골 지역의 상황보다는 낫다. 나이지리아의 라고스 주변 시골 지역의 빈곤율은 라고스 전체 평균의 두 배를 넘는다. 인도 동부 대도시 콜카타의 빈곤율은 11%지만 주변 시골의 빈곤율은 24%에 달한다. 뭄바이 시내 빨래터의 노동자가 뭄바이 주변 시골에 살며 농사 짓는 사람보다 더 나은 삶의 질을 누린다는 의미다.
도시가 있어서 시골이 좋은 것
도시가 환경 파괴적이라는 인식에도 오해가 많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어디나 질병이 확산되고 물이 오염될 수 있다. 인프라 확장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모여있는 사람들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게 해준다. 도시에 사는 한 사람의 에너지 소비량은 시골에 사는 사람의 에너지소비량보다 결코 크지 않다. 실제 뉴욕주(州) 거주민들은 대중교통 이용이 많다. 그 결과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낮다. 그럼에도 시골의 전원적 모습이 이상적이라고 하는 이들이 있다. 시골이 낭만적인 것은 어디까지나 도시가 건재해서다. 우리가 시골 할머니댁에 놀러가며 마냥 즐거운 이유는 다시 도시로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인 것과 같다.
◆NIE 포인트세계 여러 도시는 기업을 유치하고 도시를 성장시키기 위해 각종 유인정책을 내놓고 있다. 서울 등 대한민국 도시들의 발전방향을 함께 생각해보자.
고윤상 한국경제신문 지식사회부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