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결핵 검진사업 '혈세 낭비' 논란…양성 판정 받고도 80%는 치료 원치 않아

정부가 결핵 안심 국가를 만든다는 목표 아래 지난해부터 시행한 잠복결핵 검진 정책이 실효성 논란을 낳고 있다. 예산 98억원을 들였지만 치료 받는 잠복결핵 양성자는 전체의 20%를 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결핵 퇴치를 위해 병역판정검사 대상자, 의료기관·어린이집 등 집단시설 종사자, 고교 1학년 및 교원 등 180만여 명을 대상으로 잠복결핵 검진을 실시했다. 미리 잠복결핵균을 치료해 결핵 발병을 차단하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잠복결핵 검진 및 치료에 98억원이 소요됐다.그러나 결핵균이 잠복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서울시의 경우 피검자 14만7529명 중 양성인 사람은 2만3877명이었다. 이 중 치료를 희망하는 사람은 7.1%인 1715명에 불과했다. 부산시는 피검자 4만9577명 중 7542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치료 희망자는 1252명으로 양성자 전체의 16.6%에 그쳤다. 인천시도 양성자 5633명 가운데 14.2%인 802명만 치료를 희망했다.

보건당국은 잠복결핵 치료를 의무화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잠복결핵 양성자는 환자가 아니기 때문에 치료를 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며 "항결핵제가 피부, 신장, 간 등에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무조건 치료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검진 정책의 목적에 대해 "잠복결핵 검진은 대중과 자주 접하는 사람이 결핵 보균자라는 점을 인지하게 해 결핵 증상이 나타났을 때 감기로 착각하고 무감각하게 행위하는 걸 예방하는 차원"이라며 "당사자가 사실을 인식하게 하는 것 자체가 유의미하다"고 해명했다.정책 취지는 좋으나 접근법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진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잡았다는 것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잠복결핵 사업은 대상을 선별해 이뤄진다. 의료인처럼 감염 위험이 높은 집단과 에이즈 당뇨 암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발병할 가능성이 높은 집단이다. 그런데 이번 검진은 병역판정검사 대상자, 교정시설 재소자, 고교생 등을 포함한다.

한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검진 대상을 너무 확대해 진단과 치료의 연계가 약해졌다"며 "검진의 집중도가 떨어져 양성자로 판명된 사람의 치료 순응도가 나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보건당국은 축적한 검진 자료를 결핵 관리와 예방에 쓸 계획이다. 질본 관계자는 "지자체별로 검진 일정이 달라 아직 전국 단위 통계를 완성하지 못해 의료기관 수치를 포함한 전수 조사 통계는 심평원 등 자료를 분석해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그는 또 "양성자의 치료 여부, 결핵 발병 여부 등을 10년에 걸쳐 추적 관찰하는 코호트 구축을 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착수한 상태"라고 밝혔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