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팜, 원료의약품 기술 딛고 신약개발사 도약

3가지 전임상 프로젝트 내년 임상 본격 진입

대장암·에이즈 치료제 주목
새로운 작용기전 따른 신약
제품화 이후 원료 공급 목표

6월 올리고공장 증설되면 세계 3위 업체로 자리매김
원료의약품(API) 제조회사 에스티팜은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세계 제약바이오기업 40곳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주력 사업인 원료의약품이 아니라 신약 개발 현황이 궁금하다며 미팅을 하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빅파마’로 불리는 대형 제약사 네 곳도 포함됐다.

김경진 에스티팜 사장(사진)은 “3개의 전임상 프로젝트가 막바지 단계로 내년 본격 임상에 들어간다”며 “올해는 에스티팜이 제조회사에서 신약 개발 회사로 거듭나는 ‘전환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대장암 치료제 등 내년 임상

에스티팜의 신약 개발 전략은 일반 제약사와 다르다.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하는 게 제약사의 1차적 목표라면 에스티팜은 제품화 이후 원료까지 공급하는 게 최종 목표다. 원료의약품 위탁생산(CMO)으로 영역을 확장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에스티팜은 유전자 핵산치료제 원료 개발과 생산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며 “기술을 도입하려는 곳도 우리에게 원료의약품 공급을 맡기면 공정 개발 등 신약 개발 기간을 1년 반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신약 원료의약품 파이프라인 중 대장암 치료제 ‘STP06-1002’와 에이즈 치료제 ‘STP03-0404’에 관심이 높았다고 전했다. 두 치료제 모두 새로운 작용 기전에 주목한 혁신 신약이다. 대장암 치료제는 기존 치료제인 다국적 제약사 MSD의 얼비툭스(성분명 세툭시맙)로 효과를 볼 수 없는 65%의 대장암 환자가 대상이다. 에이즈 치료제는 기존 약의 내성을 뛰어넘는 병용 투여용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김 사장은 담즙산 유도체를 이용한 경구용 항응고제 ‘STP02-3725’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심부정맥 혈전증과 암 관련 혈전증 치료제다. 먹는 약으로 만들어져 주사용 헤파린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그는 “대장암 치료제와 함께 내년 임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3위 올리고 생산업체 도약에스티팜은 핵심 사업인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생산에도 박차를 가한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는 뉴클레오타이드 분자가 2개 이상 결합한 핵산의 분해 생성물로 유전자 핵산 치료제를 만드는 데 쓰인다. 에스티팜은 올리고 분야를 선도하는 다국적 제약사인 얀센, 로슈, 아이오니스 등에서 수주를 받아 위탁생산하고 있다.

오는 6월 원료의약품 공장 증설이 끝나면 연간 50㎏인 생산규모가 800㎏으로 늘어난다. 김 사장은 “영국 아베시아, 미국 애질런트에 이어 세계 3위 올리고 생산업체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게 된다”고 말했다.

공장 선제 투자로 다양한 제품을 수주해 위험을 분산하겠다는 전략도 밝혔다. 에스티팜은 길리어드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C형 간염 치료제의 원료의약품을 공급하면서 2016년 영업이익이 급증했다. 그러나 C형 간염 완치로 치료제 매출이 급감하면서 원료의약품 공급 업체에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김 사장은 “중국 시장이 있어 앞으로 2~3년간은 원료의약품 시장이 생각보다 비관적이진 않다”며 “올해 실적은 지난해보다 나빠지겠지만 연구개발 투자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에스티팜은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에 기반한 신약 출시가 늘어나는 만큼 신약 원료의약품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에스티팜은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원료를 상업화 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전 세계 세 곳의 원료의약품 업체 중 올리고 이전 단계 물질인 모노머부터 모든 합성단계를 일괄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며 “가격 경쟁력과 품질 안정성을 무기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