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안 1호 고장 원인은 '우주방사선'…14일쯤 복구 전망
입력
수정
지난 11일부터 먹통 상태에 빠진 다목적 정지궤도위성 ‘천리안 1호(사진)’의 고장 원인이 우주방사선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천리안 1호 위성 운영을 맡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13일 “계속해서 위성에 누적된 우주방사선이 하드웨어에 영향을 미치면서 메인 컴퓨터가 갑자기 다운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르면 14일 저녁까지 위성이 정상적으로 복구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2010년 6월 발사된 천리안 1호는 기상 예측과 해양 감시, 통신 실험을 하기 위해 3549억원을 들여 개발한 국내 첫 다목적 정지궤도 위성이다. 한반도 3만5800㎞ 상공에 머물며 매일 170장의 기상영상과 8장의 해양영상을 촬영해 지상으로 보낸다.항우연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5시 44분 갑자기 천리안 1호의 메인 컴퓨터가 오류를 일으켰다. 위성 메인보드는 위성 자세를 잡고 천리안 위성이 진행하는 각종 관측 임무를 명령하는 두뇌에 해당한다. 천리안 1호는 곧장 ‘안전모드’에 들어가며 태양광 집광판이 충전이 가장 잘 되는 방향으로 자세를 뒤집었다. 위성이 자세를 바꾼 건 오류가 수정될 때까지 배터리가 방전되지 않도록 집열판을 태양 쪽으로 향하게 설정했기 때문이다. 위성이 자세를 바꾸면서 기상청과 해양수산부가 매일 수신하던 기상과 해양 위성영상도 더는 내려받지 못하게 됐다. 천리안 1호 위성이 장애를 일으켜 하루 이상 위성영상을 수신하지 못한 것은 2010년 발사한 이후 처음이다.
항우연은 고장 발생 직후 위성 제작사인 유럽의 아스트리움사와 원인과 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항우연 관계자는 “고장 당시 대규모 태양폭발은 없었지만 그동안 쌓인 우주방사선이 위성의 메인 컴퓨터에 순간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작동을 멈춘 것으로 보인다”며 “제작사 엔지니어들과 자세한 원인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지구를 둘러싼 밴앨런대나 태양, 먼 외계 은하에서 쏟아지는 우주 방사선은 우주에서 활동하는 우주인과 인공위성 등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인공위성이나 우주 탐사선이 이번처럼 우주방사선 같은 외부 요인은 물론 내부 오류로 먹통 상태에 빠지는 경우는 종종 있다. 보통 위성이나 탐사선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가 스스로 복구 능력을 발휘하거나 지상국과 교신을 통해 재부팅 하는 방식으로 복구하게 된다. 천리안 1호는 태양광 배터리로 전기를 정상적으로 공급을 받고 교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재가동 가능성이 크다고 항우연 측은 설명했다. 위성에는 메인 컴퓨터 2대가 들어 있어 한 대가 고장 나면 다른 한 대가 이를 대신해 운영하는 ‘백업 시스템’도 작동하고 있다.물론 복구에 실패하면 천리안 위성이 ‘우주 미아’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항우연 관계자는 “이미 임무수명 종료일에 가까운 데다 시스템을 재부팅 해도 이전 상태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최악의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2008년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1호는 임무수명 3년을 마치고도 8년 가까이 더 운영되다가 갑작스럽게 운용이 종료됐다. 당시 아리랑 1호 운용 중단의 원인을 놓고 운용자의 실수인지 위성의 노후화에 따른 자연수명 종료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우주개발 선진국에서도 위성을 잃어버리는 일은 종종 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2016년 2월 발사한 X선 천문위성 ‘히토미’는 발사 직후 위성 본체에 전원공급을 받지 못해 결국 우주 미아 신세가 됐다. 연구진은 위성을 살려보려고 노력했지만 복구에 실패하면서 310억엔이 투입된 위성을 포기했다.
기상청은 일본으로부터 위성영상을 받고 있어 평창 겨울올림픽 날씨 예보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천리안 위성 외에도 20개 해외 위성 관측 자료를 파일로 전송받아 수치 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천리안 위성은 기상예보나 해양감시, 통신실험에 사용되다 보니 당장은 눈에 띄는 경제적 피해는 적다.하지만 천리안 위성이 도입되면서 30분 간격으로 제공되던 기상예보가 1시간에 8회 간격으로 빨라지고 태풍, 황사 예측도 하루 8차례로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위성을 잃거나 고장이 장기화하면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은 있다. 수명이 거의 다한 천리안 1호를 대체할 천리안 2A호는 10월쯤, 천리안 2B호는 미세먼지 탑재체를 싣고 2019년 상반기 발사된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2010년 6월 발사된 천리안 1호는 기상 예측과 해양 감시, 통신 실험을 하기 위해 3549억원을 들여 개발한 국내 첫 다목적 정지궤도 위성이다. 한반도 3만5800㎞ 상공에 머물며 매일 170장의 기상영상과 8장의 해양영상을 촬영해 지상으로 보낸다.항우연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5시 44분 갑자기 천리안 1호의 메인 컴퓨터가 오류를 일으켰다. 위성 메인보드는 위성 자세를 잡고 천리안 위성이 진행하는 각종 관측 임무를 명령하는 두뇌에 해당한다. 천리안 1호는 곧장 ‘안전모드’에 들어가며 태양광 집광판이 충전이 가장 잘 되는 방향으로 자세를 뒤집었다. 위성이 자세를 바꾼 건 오류가 수정될 때까지 배터리가 방전되지 않도록 집열판을 태양 쪽으로 향하게 설정했기 때문이다. 위성이 자세를 바꾸면서 기상청과 해양수산부가 매일 수신하던 기상과 해양 위성영상도 더는 내려받지 못하게 됐다. 천리안 1호 위성이 장애를 일으켜 하루 이상 위성영상을 수신하지 못한 것은 2010년 발사한 이후 처음이다.
항우연은 고장 발생 직후 위성 제작사인 유럽의 아스트리움사와 원인과 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항우연 관계자는 “고장 당시 대규모 태양폭발은 없었지만 그동안 쌓인 우주방사선이 위성의 메인 컴퓨터에 순간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작동을 멈춘 것으로 보인다”며 “제작사 엔지니어들과 자세한 원인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지구를 둘러싼 밴앨런대나 태양, 먼 외계 은하에서 쏟아지는 우주 방사선은 우주에서 활동하는 우주인과 인공위성 등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인공위성이나 우주 탐사선이 이번처럼 우주방사선 같은 외부 요인은 물론 내부 오류로 먹통 상태에 빠지는 경우는 종종 있다. 보통 위성이나 탐사선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가 스스로 복구 능력을 발휘하거나 지상국과 교신을 통해 재부팅 하는 방식으로 복구하게 된다. 천리안 1호는 태양광 배터리로 전기를 정상적으로 공급을 받고 교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재가동 가능성이 크다고 항우연 측은 설명했다. 위성에는 메인 컴퓨터 2대가 들어 있어 한 대가 고장 나면 다른 한 대가 이를 대신해 운영하는 ‘백업 시스템’도 작동하고 있다.물론 복구에 실패하면 천리안 위성이 ‘우주 미아’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항우연 관계자는 “이미 임무수명 종료일에 가까운 데다 시스템을 재부팅 해도 이전 상태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최악의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2008년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1호는 임무수명 3년을 마치고도 8년 가까이 더 운영되다가 갑작스럽게 운용이 종료됐다. 당시 아리랑 1호 운용 중단의 원인을 놓고 운용자의 실수인지 위성의 노후화에 따른 자연수명 종료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우주개발 선진국에서도 위성을 잃어버리는 일은 종종 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2016년 2월 발사한 X선 천문위성 ‘히토미’는 발사 직후 위성 본체에 전원공급을 받지 못해 결국 우주 미아 신세가 됐다. 연구진은 위성을 살려보려고 노력했지만 복구에 실패하면서 310억엔이 투입된 위성을 포기했다.
기상청은 일본으로부터 위성영상을 받고 있어 평창 겨울올림픽 날씨 예보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천리안 위성 외에도 20개 해외 위성 관측 자료를 파일로 전송받아 수치 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천리안 위성은 기상예보나 해양감시, 통신실험에 사용되다 보니 당장은 눈에 띄는 경제적 피해는 적다.하지만 천리안 위성이 도입되면서 30분 간격으로 제공되던 기상예보가 1시간에 8회 간격으로 빨라지고 태풍, 황사 예측도 하루 8차례로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위성을 잃거나 고장이 장기화하면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은 있다. 수명이 거의 다한 천리안 1호를 대체할 천리안 2A호는 10월쯤, 천리안 2B호는 미세먼지 탑재체를 싣고 2019년 상반기 발사된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