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애미들의 성지' 여의도 에스트레뉴빌딩, 요즘 빈방 없다고?

작년부터 주식시장 호황
비공식 투자회사 '부티크'↑
한 사무실서 굴리는 돈, 많게는 1000억원대 달해
빌딩 전체론 수천억원대

지상 36층 118실로 구성… 117실이 사무실로 사용
임대료 고층 월 350만원… 작년초보다 50만원 뛰어
입주시 서류·면접 심사도
여의도 에스트레뉴빌딩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3번 출구 인근 오피스텔인 에스트레뉴빌딩. 지상 36층, 118실로 이뤄진 이 빌딩엔 요즘 빈방이 없다. 공급물량 증가로 여의도 권역의 평균 공실률이 17.6%(작년 4분기 기준)까지 치솟았지만 이 빌딩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지난해 시작된 주식시장 호황에 전업투자자로 전향한 ‘매미’(펀드매니저 출신 개미투자자)와 ‘애미’(애널리스트 출신 개미투자자)들이 늘면서 임대 수요가 급증해서다. 이들은 몇 명씩 모여 ‘부티크’로 불리는 소규모 비공식 투자회사를 운영한다. 증권업계에서는 부티크가 가장 많이 몰린 에스트레뉴빌딩의 공실률을 증시 호황과 불황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여기기도 한다.

증시 호황·불황 가늠하는 ‘바로미터’부티크는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의 돈을 가진 사람들이 한 사무실에 모여 투자하는 곳을 말한다. 전주(錢主)를 대신해 투자한 뒤 보수를 받거나 자기자본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주식 및 파생상품 거래는 기본이고 인수합병(M&A) 중개나 투자자문까지 업무 범위도 넓다.

대표적인 ‘부티크 집합소’인 에스트레뉴빌딩엔 매미와 애미들이 적게는 5~6명, 많게는 12명 정도가 어울려 하나의 사무실을 쓰고 있다. 이들은 3~4명씩 짝을 지어 상장사를 탐방하거나 회의를 통해 투자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한 사무실에서 굴리는 자금 규모는 수십억~천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출신인 전업투자자 김모씨(37)는 “에스트레뉴빌딩에 사무실을 둔 투자자들이 운용하는 자금 규모만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트레뉴의 전용면적 107.17㎡ 사무실은 보증금 5000만원에 월 350만원(20층 이상 고층)이다. 관리비를 포함하면 월 450만원이 들지만 임차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여의도 스타부동산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사무실 60여 실을 소유한 사업자가 부도가 나면서 이 물량이 임대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졌지만 1~2개월 만에 동이 났다”며 “가끔씩 나오는 매물도 며칠 만에 계약된다”고 했다.이 부동산에 따르면 에스트레뉴빌딩 임대료는 매물이 많았던 작년 초보다 월 20만~50만원 정도 올랐다. 인근 여의도백화점에 있는 비슷한 규모의 사무실은 보증금 3000만원, 월세 200만원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싸다. 이곳에는 운용자금이 적거나 경력이 짧고 젊은 사람들이 모여 사무실을 차리는 사례가 많다는 게 인근 부동산업체의 설명이다.

입주 심사는 까다롭게

에스트레뉴빌딩은 주거용으로 쓰이는 한 곳을 제외한 117실이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여의도 비즈니스센터 관계자는 “부티크 용도의 사무실이 에스트레뉴빌딩 임대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2009년 사무실 입주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라고 말했다. 이전엔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 출신들이 주로 부티크를 차렸는데 최근엔 전환사채(CB)나 파생상품, 지점영업을 하던 증권맨들도 뛰어드는 등 출신이 다양해지는 추세다.개인투자자들이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바이오·헬스케어 등 코스닥 중소형주가 강세인 점도 부티크 증가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같은 회사 및 경쟁사의 동료나 선후배로 일하던 사람들이 전업투자자로 전환해 작년에만 수십억원을 벌었다는 얘기를 꽤 듣고 있다”며 “요즘 젊은 펀드매니저들은 투자금과 전주만 모이면 몇 명씩 짝을 맞춰 회사를 그만두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사무실 입주 수요가 급증하다 보니 일부 빌딩에선 서류나 면접심사를 통해 입주자를 ‘선발’하기도 한다. 한 빌딩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경험이 부족하거나 자금 동원력이 약하면 증시의 작은 충격에도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고 임차료를 못 낼 수도 있다”며 “입주를 대기하는 수요가 많기 때문에 심사를 깐깐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