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돈산업 'AI 혁명'… 알리바바도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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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AI 사육' 속도“중국발(發) 양돈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알리바바, 양돈 기업과 손잡고 돼지 추적 AI시스템 개발키로
정교한 음성 분석기술도 추진… 울음소리로 전염병 등 관리
글로벌 농·축산업 AI 혁명
미국 카길, 소 표정분석 SW 활용… 여물먹는 모습으로 건강상태 확인
트랙터 회사 존디어, AI 스타트업 인수… 잡초만 정확히 골라내는 기술 확보
중국은 세계 최대의 돼지고기 소비국이자 최대 규모 양돈 국가로 손꼽힌다. 중국 농가에서 기르는 돼지는 전 세계 농가에서 기르는 돼지 절반에 해당하는 7억 마리에 이른다. 하지만 중국은 수백 년간 집안에서 돼지를 키웠지만 양돈업은 낙후된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개체 수가 너무 많아 태어나는 새끼 돼지 중 상당수가 파악이 안 되는 데다 어미 몸에 눌려 죽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이달 초 쓰촨성의 지역 농업회사인 데콘사와 계약을 맺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양돈 선진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등 주요 외신은 이를 두고 양돈산업에 일대 혁신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영상인식 기술로 돼지 관리
중국은 1980년대 이후 한층 부유해진 중산층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양돈산업 선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3년에는 미국 최대 육가공회사 ‘스미스필드푸드’를 인수하는 등 세계 양돈산업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일찌감치 자국 내에서 사육하는 돼지에 전자태그(RFID)를 부착하는 등 관리에 만전을 기해왔다. 하지만 RFID 기술은 한 번에 수많은 가축을 동시에 건강하게 관리하는 데 한계가 많다. 칩을 심고 관리하는 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해마다 수백만 마리 새끼 돼지가 태어나는 상황에서 이를 일일이 세고 칩을 몸에 넣기란 쉽지 않다.중국 알리바바와 데콘그룹이 수천만달러를 들여 개발하는 양돈 관리시스템은 RFID를 대신해 AI와 머신비전이라는 영상인식,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돼지 육질이 가장 좋은 사육 환경과 도살 시점을 알아낸다. 핵심인 머신비전은 자동화 공장이나 농장에서 사람을 대신해 카메라와 영상처리 소프트웨어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알아내는 원리다. 축사 천장에 달린 카메라로 돼지 몸에 새긴 번호 문신을 인식해 추적하는 방식이다. 현재 이 기술은 돼지 개체 수와 새끼 돼지를 구별하는 수준에 머문다. 알리바바는 AI를 활용해 이보다 훨씬 정확한 분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AI는 적외선 센서가 측정한 돼지 체온과 동작 패턴을 분석해 건강한 돼지와 아픈 돼지를 구별한다. 새끼 돼지 울음소리를 이해하는 음성인식 기술도 도입된다. 다양한 유형의 돼지 울음소리 빅데이터를 분석해 새끼 돼지가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는 기술이다. 새끼 돼지 상당수는 엄마 돼지에 깔려 죽는 경우가 많은 데 이때 내는 울음소리를 감지해 농부에게 전달하게 된다. 알리바바는 이 기술을 도입하면 새끼 돼지 사망률을 연간 3%가량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끼 돼지 기침소리 듣고 질병 파악
돼지의 기침소리와 체온 정보를 분석해 돼지 구제역이나 돼지독감 같은 전염병을 사전에 파악하고 예방 접종 시기를 알아내는 기술도 도입된다. 돼지 기침소리를 분석하면 호흡기 전염병에 걸렸는지 알 수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대 연구진은 2008년 돼지 농가에서 수집한 돼지 기침소리를 이용해 돼지가 호흡기 전염병에 걸렸는지 알아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알리바바는 “이런 기술을 활용하면 돼지 번식능력이 떨어지는 시점을 알아내 정확한 도살 시점까지 파악할 수 있다”며 “돼지 사육비를 낮추고 품질 좋은 고기를 얻는 농업 혁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만 농업에서 AI와 첨단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것은 아니다. 미국 농업기업 카길은 아일랜드 영상인식 소프트웨어회사 케인서스와 암소 표정을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소가 여물을 먹는 자리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움직임이나 먹는 모습을 확인해 농부에게 소의 건강 상태를 알려준다. 미국의 트랙터회사 존디어는 AI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블루리버테크놀로지를 인수했다. 이 스타트업은 씨를 뿌리는 트랙터에 설치한 카메라로 잡초를 식별하고 살충제를 뿌릴 정확한 위치를 찾는 기술을 개발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