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금 깨 등록금 더 낮추자" vs "적금 헐어 나눠갖자는 말"

'반값 등록금'의 역설

대학 적립금에 대한 오해

미래 대비한 '예비 곳간'
기부금이 주요 재원… 건축 등 용처 정해져 있어
여당 "적자 감수할 필요"
대학 재정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적립금이다. 등록금 동결로 대학이 도서관 예산조차 줄인다는 얘기가 나오면 으레 등장하는 것이 ‘적립금을 깨라’는 요구다. 대학을 운영하는 법인이 적립금을 전용한다는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사립대의 누적 적립금(2016회계연도, 작년 2월 말 기준)은 총 8조813억원 규모다. 2007년(4조9577억원)과 비교해 63% 증가했지만 전년 대비로는 896억원 감소했다. 적립금은 대학이 미래에 대비해 비축해 놓은 ‘예비 곳간’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적립금을 깨는 것은 일반 가정으로 치면 적금을 깨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 3조는 적립금을 ‘사립대학이 운영차액을 유보하여 향후 특정한 목적에 사용하고자 적립하는 금액’이라고 정의한다.

쌓는 돈보다 인출액이 많은 ‘적립금 적자’ 운용의 적절성에 대해 대학은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며 난색을 보이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에선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고, 부족한 연구비 지원을 위해 적자를 감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갈등은 적립금의 재원과 용도에 대한 해석 차이에서 비롯됐다. 현재 대학 적립금의 주요 재원은 기부금이다. 여기에 기존 적립금을 예금이나 채권 등에 투자함으로써 받는 운용수익도 재원 중 하나다. 이 두 가지 수입원은 비등록금회계로 분류된다. 등록금을 적립금에 넣는 경우는 당해 연도 건물의 감가상각비 용도로 쓰일 때뿐이다. 2016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전체 감가상각비는 1조675억원이었고, 이 중 등록금회계에서 넣은 돈은 2620억원으로 전체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2011년 개정을 통해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육시설에 대해선 일정 부분 수익자부담원칙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그 외 등록금을 다른 용도로 쓰는 건 엄격히 금지했다.적립금의 용처도 대부분 정해져 있다. 주요 재원인 기부금을 받을 때 기부자가 용도를 지정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2016회계연도 당기 적립액(9684억원) 중 46.3%는 건축 목적에 쓰이도록 정해졌다. 이 밖에 장학(11.1%), 연구(7.3%), 퇴직(1.2%) 등의 목적으로 적립금을 쌓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기부금 중 용처를 정하지 않은 것도 있는데 비중은 2016년을 기준으로 34.2%였다”며 “학교가 갑작스러운 지출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예치해 둔 돈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