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조 굴리는 PEF도 '백기'… 한국콜마의 '대역전 비결'은 …

인수전 막전막후

미래에셋PE 등 사모펀드 우군으로
열세였던 자금력 등 단숨에 극복
임직원 고용보장도 '묘수' 로 평가
매출 6675억원의 한국콜마가 운용자산이 수십, 수백조원에 달하는 ‘골리앗’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을 꺾고 CJ헬스케어를 품었다.

지난 12일 CJ헬스케어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인수후보 4곳 가운데 한국콜마를 제외한 칼라일그룹, CVC캐피털, 한앤컴퍼니는 모두 기업 인수합병(M&A) 거래가 주업인 PEF 운용사다.칼라일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1740억달러(약 186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굴리는 세계 최대 PEF 중 하나다. 영국계 PEF인 CVC캐피털의 운용자산도 860억달러(약 92조원)에 이른다. 국내 대형 PEF인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매출이 4조1612억원인 국내 최대 공조회사 한온시스템의 대주주다.

자금력과 M&A 경험에서 모두 열세라는 평가를 받은 한국콜마는 외부의 적을 끌어들여 적을 잡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카드를 꺼내들었다. PEF를 우군으로 끌어들여 경쟁 PEF를 제압하는 전략이었다.

미래에셋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 H&Q코리아 등 국내 PEF들이 의기투합해 한국콜마와 손을 잡았다.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M&A에 필요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인수금융 계약도 맺었다. 자금력과 M&A 경험을 단숨에 보강하는 ‘묘수’라는 평가가 나왔다.한국콜마가 출자자로 참여한 미래에셋PE는 한 몸처럼 호흡을 맞췄고, 제약사 및 바이오시밀러(항체의약품 복제약) 업체 투자 이력이 있는 스틱과 H&Q의 경험도 힘을 보탰다.

한국콜마가 본입찰에 적어낸 가격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일부 PEF 후보에 밀렸다. 하지만 한국콜마는 임직원 고용보장과 처우 유지 등의 조건을 내걸어 CJ헬스케어 임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후문이다. 한 PEF 후보가 인수가격을 올려 막판 역전극을 시도했지만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 없이 바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CJ그룹과 한국콜마의 ‘속전속결’에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한국콜마가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건 일찌감치 인수전 참여를 확정하고, 약점을 이중삼중으로 보강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와 법무법인 세종이 매각 주관사를, 도이치증권과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한국콜마의 인수 자문사를 맡았다.

정영효/이동훈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