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팀추월 '왕따 의혹' 파문… 청와대에 "국대 자격 박탈" 청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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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8강전에서 불거진 ‘노선영 선수 왕따 의혹’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백철기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팀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노선영(28)이 이 자리에 불참하면서 분위기가 악화하는 모양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이 경기를 함께 뛴 김보름(25) 박지우(20)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약 하루 뒤인 20일 오후 8시 현재 동의자 수가 35만명을 넘었다.
백철기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팀 감독은 이날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더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 노선영이 시합 전에 (맨 뒤에서 따라오겠다고) 직접 얘기했다”고 말했다. 노선영이 뒤쳐진 건 왕따 때문이 아니라 본인의 전략적 판단이 낳은 결과라는 취지의 발언이다. 백 감독은 “이 의견을 받아들인 이유는 (노선영이) 1500m에서 굉장히 좋은 기록을 냈기 때문”이라며 “선수가 열심히 하기위해 의견을 낸 것이라 무시할 수 없었다”고 했다. 백 감독은 “마지막에 노선영이 뒤처졌다는 사실을 링크 안에서 선수들에게 전달하려고 했으나 함성이 큰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앞서 지난 19일 있었던 이 경기에 노선영과 함께 김보름 박지우가 함께 나갔다.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은 한 팀에서 선수 3명이 함께 경기장을 총 6바퀴(남자는 8바퀴) 도는 경기다. 맨 마지막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선수의 기록으로 팀 전체 기록이 정해지기 때문에 뒤처지는 선수가 없어야 한다. 체력이 떨어진 사람이 있으면 다른 두 선수의 중간에 끼워서 앞 선수가 공기 저항을 막아주고 뒤의 선수가 밀면서 가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김보름과 박지우는 마지막 바퀴에서 노선영을 뒤에 남겨두고 앞서 나갔다. 때문에 노선영은 이들보다 4초 정도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결과적으로 한국팀 기록은 조 1위를 한 네덜란드에 비해 8.15초 뒤지며 4강 진출이 좌절됐다.
경기 뒤 모습도 논란을 낳았다. 노선영을 위로하는 사람은 네덜란드 출신 보프 더용 코치 뿐이었다. 김보름·박지우는 노선영을 남겨두고 경기장을 먼저 빠져나갔다. 김보름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노선영의 체력이 떨어져서 아쉽다”며 그를 탓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이에 대해 “노선영이 빙상계 파벌싸움의 여파로 왕따를 당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으며 인터넷이 들끓었다. 지난 1월 노선영이 언론 인터뷰에서 “심한 차별 속에서 (평창동계올림픽 팀추월) 훈련에 제대로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말한 것도 다시 주목받았다. 네이버 평창올림픽 페이지의 김보름·박지우 응원 게시판은 악플로 도배됐다.
백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노선영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냐는 질문에 “팀워크를 맞추는 게 처음에는 어려웠던 건 사실이었다”면서도 “강릉에 도착해서는 훈련장에서나 밖에서나 서로 화합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직후 선수들이 서로 말없이 어색해하는 장면이 연출된 것은 서로 (결과에 대한) 미안한 감정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지도자들이 세심히 챙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백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온 김보름은 “제 인터뷰를 보고 많은 사람이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 같다”며 “많이 반성하고 있으며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선두에 있으면서 뒤의 선수들을 확인하지 못한 건 분명히 제 잘못이니 억울한 부분은 없다. 잘못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노선영 선수와 얘기 나눠봤나”는 질문에는 “시간이 늦었었고 방이 다르다보니까 따로 대화한 건 없다”고 답했다. 그는 기자회견 말미에 울음을 터뜨렸다.
노선영은 이날 기자회견이 나오지 않았다. 백 감독은 “나오기 전에 노선영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너무 심한 몸살이 와서 도저히 참석할 수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박지우도 안 나왔다. 백 감독은 “팀 내에서 가장 어린 박지우는 원래 기자회견에서 오려다가 노선영이 안 가면 자기도 못 가겠다며 벌벌 떨었다”고 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세 선수는 21일 팀추월 7~8위전을 치른다. 백 감독은 “선영이가 감기몸살이 심한 것 같은데 상태를 체크해 보고 내일 경기에 출전시킬지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김보름·박지우는 오는 24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준결승 경기도 할 전망이다. 백 감독은 “아직 매스스타트라는 중요한 경기가 남아 있는데 어떤 말을 해도 위로가 안 되고 있다”며 “언론에서 많이 도와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백철기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팀 감독은 이날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더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 노선영이 시합 전에 (맨 뒤에서 따라오겠다고) 직접 얘기했다”고 말했다. 노선영이 뒤쳐진 건 왕따 때문이 아니라 본인의 전략적 판단이 낳은 결과라는 취지의 발언이다. 백 감독은 “이 의견을 받아들인 이유는 (노선영이) 1500m에서 굉장히 좋은 기록을 냈기 때문”이라며 “선수가 열심히 하기위해 의견을 낸 것이라 무시할 수 없었다”고 했다. 백 감독은 “마지막에 노선영이 뒤처졌다는 사실을 링크 안에서 선수들에게 전달하려고 했으나 함성이 큰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앞서 지난 19일 있었던 이 경기에 노선영과 함께 김보름 박지우가 함께 나갔다.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은 한 팀에서 선수 3명이 함께 경기장을 총 6바퀴(남자는 8바퀴) 도는 경기다. 맨 마지막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선수의 기록으로 팀 전체 기록이 정해지기 때문에 뒤처지는 선수가 없어야 한다. 체력이 떨어진 사람이 있으면 다른 두 선수의 중간에 끼워서 앞 선수가 공기 저항을 막아주고 뒤의 선수가 밀면서 가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김보름과 박지우는 마지막 바퀴에서 노선영을 뒤에 남겨두고 앞서 나갔다. 때문에 노선영은 이들보다 4초 정도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결과적으로 한국팀 기록은 조 1위를 한 네덜란드에 비해 8.15초 뒤지며 4강 진출이 좌절됐다.
경기 뒤 모습도 논란을 낳았다. 노선영을 위로하는 사람은 네덜란드 출신 보프 더용 코치 뿐이었다. 김보름·박지우는 노선영을 남겨두고 경기장을 먼저 빠져나갔다. 김보름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노선영의 체력이 떨어져서 아쉽다”며 그를 탓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이에 대해 “노선영이 빙상계 파벌싸움의 여파로 왕따를 당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으며 인터넷이 들끓었다. 지난 1월 노선영이 언론 인터뷰에서 “심한 차별 속에서 (평창동계올림픽 팀추월) 훈련에 제대로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말한 것도 다시 주목받았다. 네이버 평창올림픽 페이지의 김보름·박지우 응원 게시판은 악플로 도배됐다.
백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노선영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냐는 질문에 “팀워크를 맞추는 게 처음에는 어려웠던 건 사실이었다”면서도 “강릉에 도착해서는 훈련장에서나 밖에서나 서로 화합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직후 선수들이 서로 말없이 어색해하는 장면이 연출된 것은 서로 (결과에 대한) 미안한 감정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지도자들이 세심히 챙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백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온 김보름은 “제 인터뷰를 보고 많은 사람이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 같다”며 “많이 반성하고 있으며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선두에 있으면서 뒤의 선수들을 확인하지 못한 건 분명히 제 잘못이니 억울한 부분은 없다. 잘못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노선영 선수와 얘기 나눠봤나”는 질문에는 “시간이 늦었었고 방이 다르다보니까 따로 대화한 건 없다”고 답했다. 그는 기자회견 말미에 울음을 터뜨렸다.
노선영은 이날 기자회견이 나오지 않았다. 백 감독은 “나오기 전에 노선영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너무 심한 몸살이 와서 도저히 참석할 수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박지우도 안 나왔다. 백 감독은 “팀 내에서 가장 어린 박지우는 원래 기자회견에서 오려다가 노선영이 안 가면 자기도 못 가겠다며 벌벌 떨었다”고 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세 선수는 21일 팀추월 7~8위전을 치른다. 백 감독은 “선영이가 감기몸살이 심한 것 같은데 상태를 체크해 보고 내일 경기에 출전시킬지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김보름·박지우는 오는 24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준결승 경기도 할 전망이다. 백 감독은 “아직 매스스타트라는 중요한 경기가 남아 있는데 어떤 말을 해도 위로가 안 되고 있다”며 “언론에서 많이 도와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