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죽음 차별 철폐 '박종철법'… 당사자는 여전히 차별

국회 상정 '공무원 재해보상법' 작년 숨진 박씨 소급 적용 안돼
"죽음까지 차별 이번에 바로 잡아야" 충북도의원 등 국민 청원

무기 계약직이 폭우 속에서 복구 작업을 하다 숨져도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공직사회의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일명 '박종철법'이 국회에 상정됐으나 정작 당사자인 박종철씨는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무기 계약직, 비정규직 등이 공무 중 숨져도 공무원과 똑같이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행 법의 문제점 해소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무원 재해보상법'이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됐다.

공무 중 사망에 대한 차별 문제는 최고 300㎜의 폭우가 쏟아진 지난해 7월 16일 청주에서 충북도 소속 도로보수원 박씨가 새벽에 출근해 오후 늦게까지 도로 복구작업을 벌이다 심근경색으로 숨지면서 불거졌다.

박씨는 무기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공무원처럼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죽음조차도 사회적 차별을 받는 실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당시 이성호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도 이어지면서 이 법률안이 지난 11월 국회에 제출됐다.이 때문에 이 법률은 일명 '박종철법'으로 불리게 됐다.

그러나 이 법률에는 차별 해소의 대상을 법 제정 이후 직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사람으로 규정했다.

이 법률이 그대로 국회에서 통과되면 무기 계약직 등 비정규직 공무원의 순직에 대한 차별 철폐의 필요성을 공론화한 계기가 된 박씨는 정작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동안 제도 개선을 요구해온 이광희 충북도의원 등 민주당 소속 도의원 8명은 박씨가 이 법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국민 청원을 19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렸다.

충북도 역시 이 법률 부칙에 '법 제정 이전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 내에서 동일한 재해로 직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공무 수행자에 대해 적용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달라는 건의문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재난 현장에서 일하다 숨졌는데도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죽음까지 차별받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이번 기회에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유례없는 폭우 속에서 도로 보수 작업을 하다 숨진 박씨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이 법률을 제정하고, 박씨에게도 소급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