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설거지하다보면 그릇 깰 수도"… '적극행정' 면책 강화

신산업 분야 감사자제 발표에 '본연의 임무에 위배' 비판도

박찬석 감사원 기획조정실장은 20일 "설거지하다 그릇 깬다는 말이 있다.(공무원도) 열심히 하다 보면 문제가 생기고, 그로 인해 감사를 받을 수 있다"며 "적극행정 면책제도를 강화해 소극행정 분위기를 바꾸고자 한다"고 말했다.박 실장은 이날 서울 삼청동 감사원에서 개최한 '적극행정 지원을 위한 감사운영 개선방안'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감사원이 이날 올해의 '감사자제 분야'로 무인이동체 등 신산업 5개 분야를 발표한 데 대해 일각에서는 '감사원 본연의 임무에 위배된다', '정부가 어떤 산업을 활성화할지 시장에 신호를 줄 우려가 있다'는 등 비판도 제기됐다.

박 실장은 이와 관련해 "'공무원이 감사원 감사 때문에 안 움직인다'는 말을 불식시키고, 신산업 분야에서 공무원이 눈치 보지 않고 일하도록 하려는 취지"라며 "비리나 회계부정은 책임을 묻겠지만, 적극적으로 일하다 발생한 문제는 면책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그는 또 "감사자제 대상이 되는 5개 분야, 13개 세부 과제 선정은 각 부처 의견을 수렴해 새로 태동하는 분야 위주로 선정했다"고 답했다.

감사원이 감사자제 대상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이날 브리핑의 박 실장 답변 내용을 정리한 일문일답.-- 신산업은 정부예산이 많이 투입돼 비리 발생 우려가 크다.

5개 분야 감사자제 방침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나.

▲ 신산업에 기존의 법체계 잣대를 들이대면 생태계 조성이 어렵다.선정한 분야에 대해서는 1년간 감사를 하지 않고 지켜보고, 예산 집행 등에 문제가 있으면 적당한 시점에 감사할 것이다.

신산업이 태동하는 단계에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겠다.

-- 감사자제 분야를 1년마다 선정하는 것은 주기가 짧지 않나.

▲ 1년 단위로 보겠다는 것은 신중하겠다는 취지이다.

신산업이 한 번 추진되면 1∼3년이 지나야 법과 제도가 정비된다.

올해 선정하고, 내년에 확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 감사하는 기구가 감사를 안 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지 않은가.

▲ 기존에도 신산업 분야에 대한 감사는 부적합하다고 보고 감사계획 수립 시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았다.

모든 정부의 행정은 감사원이 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이 한다.

'공무원이 감사원 때문에 안 움직인다'는 말을 불식시키고자 한다.

비리나 회계부정은 책임을 묻고, 정책이 잘 못 가는 경우는 그 단계에서 지적하겠지만, 법과 제도 구성이 안 된 상태에서는 창의적으로 일하게 해야 한다.

신산업 분야에서 공무원이 눈치 보지 말게 하려는 것이다.

-- 감사자제 분야를 발표한 것이 향후 감사원이 신산업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고 면책받기 위한 것은 아닌가.

▲ 국가 최고 감사기구인 감사원이 면책을 받으려 한다는 것은 전혀 아니고, 공무원이 그런 데 대해 걱정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일하라는 취지로 발표했다.

-- 공무원들이 적극행정 면책제도를 알지만, 신청한다는 것 자체가 손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 그동안 면책신청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신청을 잘 하지 않게 된 점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이번에 적극행정 지원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직권면책도 활성화하기로 한 것이다.

-- 감사자제 대상을 발표하는 것이 정부가 올해는 이 산업들을 활성화한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 아닌가.

▲ 각 부처에서 의견을 수렴했다.

정부가 규제를 혁파하겠다는 분야가 포함됐고, 부처별로 보내온 신산업 중에서 안전과 직결된 부분은 뺐다.

새로 태동하는 분야 위주로 선정한 것이다.

-- 가상화폐는 감사자제 대상에 포함이 안 됐는데.
▲ 가상화폐의 경우 규제를 할지 말지 등 담론이 복합적이다.감사원이 판단하기에는 이른 분야라고 생각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