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시울 붉힌 백지선… "우리 선수 10점 만점에 10점"

세계 강호들과 당당히 맞선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러워

“올림픽이 끝나더라도 꼭 아이스하키 팬이 돼 주세요. 부탁입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8강 진출을 위한 플레이오프 한국과 핀란드전이 열린 지난 20일 강릉하키센터. 혈투 끝에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리자 백지선 한국 대표팀 감독(51·영어명 짐 팩·사진)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경기 중에는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였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2-5로 졌다. 하지만 세계 랭킹 21위인 한국은 4위 핀란드를 끝까지 괴롭히며 한국 아이스하키 실력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백 감독은 경기 직후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그는 “선수들의 올림픽 여정이 여기에서 끝난다고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은 진정한 프로였다”며 “그들이 한국 하키를 위해 이룬 것들은 환상적이다. 더할 나위 없이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기는 핀란드가 쉽게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로 한국이 2피리어드 초반 0-3으로 뒤질 때만 해도 몇 점을 더 주느냐가 관심사였다. 이후 한국이 거센 반격에 나섰다. 브락 라던스키에 이어 안진휘가 연속 골을 터뜨리며 스코어를 2-3으로 만들자 1만 석 규모의 강릉하키센터는 열광적인 함성소리로 가득찼다. 백 감독은 “경기장을 찾은 모든 관중에게 대단한 경험이었을 것으로 믿는다”며 “한국 팬들도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지켜봤길 바란다. 환상적인 경기였다”고 강조했다.

이후 한국은 핀란드에 2골을 더 내주며 졌다. 1차전 체코(6위)를 상대로 1-2, 2차전 스위스(7위) 0-8, 3차전 캐나다(1위) 0-4 등 이전 경기도 모두 패배했다. 승점 없이 최하위(12위)로 올림픽을 마감했다. 백 감독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경험을 얻었다”며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다. 우리 선수들은 이제 올림픽 출전 선수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나 또한 그렇다. 정말로 특별한 경험”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대표팀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한 바퀴 돌았다. 백 감독은 “그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동적인 장면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 이후에도 팬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아이스하키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한국 대표팀의 올림픽은 끝났지만 2018년 시즌은 이제 시작이다. 대표팀은 오는 5월 덴마크에서 열리는 월드챔피언십에서 세계 강호들과 다시 한 번 격돌한다. 한국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2부 리그)에서 준우승해 사상 처음으로 월드챔피언십(1부 리그)에 진입했다.

강릉=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