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인플레 이기려면 부동산 등 자산 투자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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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B7
Let's Master '부동산시장 분석기법' (7)‘손이가요 손이가 새우깡에 손이가요 아이손 어른손 자꾸만 손이가~ 언제든지 새우깡 어디서나 맛있게 누구든지 즐겨요 농심새우깡~.’
새우깡 값 11년간 71% 올라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인 주택 가격도 오르는 게 당연
대한민국 남녀노소가 다 아는 국가대표급 과자 새우깡의 CM송이다. CM송에는 농심새우깡으로 돼 있지만 사실 농심새우깡은 롯데새우깡이 원조다. 새우깡은 1971년에 출시됐으며 당시 판매가격은 50원이었다. 2018년 현재 새우깡 가격은 1200원이다. 46년 만에 24배 올랐다. 필자는 여기서 독자들에게 질문을 한 가지 던지고자 한다. 새우깡 가격이 1200원인 2018년 현재의 새우깡은 생새우로 만들고, 1971년 출시된 새우깡은 합성새우로 만들었을까. 엉뚱한 질문에 황당해하거나 피식 웃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주장하고 싶은 말은 1971년에 출시된 새우깡이나 2018년에 판매되는 새우깡이나 내용 면에서는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새우깡은 생새우를 갈아서 만들었고, 중량도 비슷하니 내용적으로 새우깡의 가치는 같다는 말이다. 가치는 같은데 가격만 24배로 상승했다는 말이 필자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이다.사람들은 새우깡 가격이 24배 오른 것에는 그럴 수도 있다며 관대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상당히 민감하다. 민감하다 못해 반감이 팽배하다. 주택 가격은 오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새우깡이나 주택이나 단순하게 생각하면 모두 상품에 지나지 않는다. 혹자는 새우깡은 안 먹어도 그만이지만 주택은 필수품이므로 가격이 오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비싸면 먹지 않아도 되는 과자 부스러기조차도 24배가 오르는데 인간 생활의 기본 3요소 중 하나인 주택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오히려 생활필수품이기 때문에 24배 이상으로 올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생필품인 주택값 상승은 당연
새우깡 가격이 24배 오른 것은 물가상승률에 따른 가격 변화다. 내용적 가치는 같다. 만약 10년 전 3억원에 매입한 부동산이 어떤 이유로 2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운 좋게 대세상승국면을 맞아 가격이 다시 3억원으로 회복됐다면 안도의 한숨과 만족감을 갖게 될 것이다. 나아가 10년 동안 마음고생했던 생각을 떠올리며 3억1000만원이 되는 순간 팔아 버린다. 그러고 나서 1000만원 수익을 본 것에 행복해한다. 어쨌든 원금 회복은 물론 1000만원 수익을 봤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과연 수익을 본 것일까. 수익을 봤다고 좋아한다면 바보다. 그림1의 새우깡 가격 추이를 보면 2007년에 700원이던 가격이 2018년에는 1200원으로 약 71% 올랐다. 당신의 부동산은 10년 동안 1000만원이 올랐고, 그 상승률은 3.3%다. 새우깡보다 못한 부동산인 셈이다. 가치와 가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바보가 되는 건 일도 아니다.그림2는 물가상승률에 따른 1000만원의 구매력 변화다. 구매력이란 화폐에 부여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힘이다. 그런데 이런 구매력은 물가가 상승함에 따라 그 힘을 잃어간다. 인플레이션 원인은 화폐량 증가로 인한 화폐가치 하락이 대표적이다. 지난 칼럼에서 ‘투자란 자신의 현금성 자산이 휘발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한 경제활동’이라고 했다. 우리가 이런 투자활동과 같은 경제적 행위를 전혀 하지 않을 경우 현금 1000만원의 가치는 서서히 줄어든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3%일 때 1년 동안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현금 1000만원의 구매력이 971만원으로 줄어든다. 5년 뒤에는 863만원, 10년 뒤에는 744만원의 구매력밖에 가지지 못한다. 물가상승률이 4%일 때는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1년 뒤에는 구매력이 962만원으로 현저히 줄어들고, 5년 뒤에는 822만원, 10년 뒤에는 거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다.
물가상승 웃도는 투자는 필수
만약 연간 물가상승률이 3%일 경우 2016년 3억원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투자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면 2년 뒤인 2018년의 실질 구매력은 2억8200만원이 된다. 1800만원을 허공에 날려 버린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연도별 공시지가 상승률은 2013년 3.41%, 2014년 4.07%, 2015년 4.63%, 2016년 5.08%, 2017년 5.34%로 매년 상승 폭이 커지는 추세다. 현금을 은행에 넣어 놓으면 현금성자산 구매력은 하락한다.
그런데 구매력 하락의 주범인 통화량 증가는 정부의 적자재정이 주요 원인이다. 이것을 두고 사안의 본질을 꿰뚫지 못한 정치권 일부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불로소득으로 보고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토지공개념의 예로 들었던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다.
부동산 가치의 본질은 소유권이 아니라 사용권이다.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았다. 결론적으로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적절한 투자 활동을 하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자산 규모는 축소된다. 물가상승률보다 못한 이자를 받기 위해 금융회사에 목돈을 맡겨 놓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볼 때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다. 은행 이자율 하락이 지속되거나 시장의 물가상승률을 웃돌지 못하는 구간에서는 적극적인 투자 활동이 필요하다.
구만수 < 국토도시계획기술사사무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