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차없는 메리 바라의 GM… "영업이익률 10% 안나는 해외시장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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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후 전략 바꾼 GM“세계 시장에서 ‘GM이 수익을 낼 수 있을까’ 물어봐야 한다. 특정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면 그 시장을 떠나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것이다.”
구제금융 받고 구조조정 단행
4개 브랜드 포기·2만명 해고
적자 난 해외사업 철수·폐쇄
'구조조정 가속' 바라 CEO
"판매량보다 수익성이 우선"
영업이익률 10%, 2020년 달성
자율주행차에 아낌없는 투자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최고경영자(CEO)가 2015년 11월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강조한 말이다. 2014년 판매대수 세계 1위였던 GM의 지휘봉을 거머쥔 그는 지난 3년여 동안 한때 판매량이 260만 대에 달했던 5개국 시장에서 철수했고 13개 공장 문을 닫았다.판매량 1위는 폭스바겐과 도요타자동차에 넘겨줬지만 이자 및 세금 전 이익(EBIT)은 두 배로 늘었다. 그렇게 번 돈은 자율주행차와 차량공유기술, 전기차 개발 등에 필요한 신기술 확보에 쏟아붓고 있다.
바라 CEO는 2020년까지 각 시장에서 EBIT 기준 영업이익률 1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군산공장 폐쇄를 전격 발표한 GM의 향후 행보와 수를 읽는 데 감안해야 할 요소다.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략 수정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는 등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던 GM이 변화의 계기를 맞은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다. 그해 309억달러(약 33조49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낸 GM은 2009년 6월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후 미국 정부에서 5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고선 전무후무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새턴 폰티악 허머 등 4개 브랜드 포기, 14개 공장 폐쇄, 판매점 40% 축소, 2만여 명 해고를 포함했다. 생산능력의 40%를 감축한 끝에 2010년 뉴욕증시에 재상장했다. 2011년부터는 흑자로 돌아섰다.
GM은 방만한 해외사업도 손보기 시작했다. 2013년 말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를 결정했고 호주 홀덴의 공장도 2017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각각 10만 대 수준의 차량을 팔면서 막대한 적자를 내온 시장이다. 호주에선 호주 정부가 보조금 지급 중단을 결정하자 즉각 철수를 선언했다.“세계 모든 시장에서 성공하진 못해”
바라 CEO는 해외 구조조정에 가속도를 냈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을 나온 그다. 실리콘밸리에서 집중 개발되는 자율주행, 차량공유 등 신기술의 중요성과 미래를 꿰뚫고 있다. 신기술 개발에 투자하려면 자금이 필요하다.
그는 2014년 1월 취임하면서 보유자원을 △수익성 높은 브랜드 △미래기술 △제조 효율화에 쏟겠다고 밝혔다. 대신 △수익성 낮은 시장 △판매가 감소하는 차종 △글로벌 공장은 최적화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EBIT 기준 영업이익률 10%를 달성하기로 했다. 그는 “세계 모든 시장에서 모든 이에게 온갖 차량을 제공하면서 성공할 수는 없다”며 “그건 옳은 전략이 아니다”고 강조했다.바라 CEO의 취임 당시 GM은 미국에서 부활했고, 중국시장에선 급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북미와 중국을 빼면 대부분 시장에서 적자를 봤다. 나머지 시장의 적자가 중국시장의 이익을 모두 상쇄했다. 미국 내 이익이 전부인 구조였다.
수익성 없으면 해외서 가차없이 철수
바라 CEO가 취임하고 1년 뒤 해외사업장에 구조조정 태풍이 불었다. 2015년 GM은 러시아와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철수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2013년 문을 연 공장을 2년 만에 닫는 초강수를 뒀다. 지난해에는 유럽과 인도, 아프리카에서 빠져나왔다. 유럽의 오펠과 복스홀을 프랑스 PSA그룹에 20억유로(약 2조4000억원)를 받고 팔아치웠다. 시장 규모로 볼 때 발전 가능성이 큰 인도시장에서의 철수는 논란을 낳았지만 밀어붙였다.
댄 암만 사장은 2016년 투자설명회(IR)에서 “GM은 판매량을 이익의 질과 바꾸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 철수, 구조조정 등 언제든 어려운 결단을 내리겠다”고 선언했다.
또 안 팔리는 세단을 없애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트럭, 전기차 등으로 차종을 바꾸기로 했다. 2011~2016년 62%이던 세단 판매비중은 2017~2020년 48%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적자시장 철수와 차종 변경은 수익성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GM은 목표로 한 EBIT 기준 영업이익률 10%에 다가서고 있다. 2013년 5%에서 지난해 8.8%까지 끌어올렸다. 미국시장에선 12%를 달성했다. 지난해 중국 판매량은 400만 대가 넘어 미국 판매량을 넘어섰다.
수익성 중심의 경영에 월스트리트와 주주들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적자를 안고선 제대로 못 변한다”
바라 CEO는 “자동차업계는 앞으로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고 이 분야에서 선두주자가 되려면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글 웨이모나 심지어 애플 등과의 경쟁까지 감안할 때 계속되는 해외시장 적자를 안고선 GM이 제대로 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높아진 수익성을 기반으로 GM은 2016년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리프트에 5억달러를 투자했고, 자율주행 솔루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크루즈오토메이션을 10억달러에 인수했다. 지난해엔 빛으로 거리와 물체를 감지하는 라이더(LiDAR)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스트로브를 사들였다. GM은 샌프란시스코, 피닉스, 디트로이트에 이어 지난 1월부터 교통이 복잡한 뉴욕 맨해튼에서도 자율주행차를 시범운행하고 있다.
GM이 최근 크루즈오토메이션과 함께 제작해 공개한 4세대 자율주행차 ‘크루즈 AV’는 운전석과 조수석 구분이 없고, 운전대와 페달이 없다. 바라 CEO는 지난해 말 전기차 배터리와 전기차 가격을 30%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미래기술 투자로는 완성차 메이커 중 가장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1월 말 미국 시장조사업체 내비건트리서치는 자율주행기술 평가에서 GM을 1위로 올렸다. GM은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과감한 투자와 발빠른 제품 생산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