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상실과 죽음 앞에서 글을 쓴다는 것

남아 있는 날들의 글쓰기
“문학은 고통을 먹고 산다.(…) 고통이 비록 불가피한 죽음으로 이어지더라도 우리에게 뭔가를 선사하기 때문이다.”(103~104쪽)

죽음은 작가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소재 중 하나다. 톨스토이는 《참회록》에서 가족들의 죽음과 전쟁 중 동료의 죽음 등 자신이 목격했던 죽음에 대해 썼다. 톨스토이의 죽음에 대한 경험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 《안나 카레니나》 등에도 스며들어있다.뉴욕타임스가 꼽은 ‘30세 이하 최고의 소설가 30인’에 이름을 올린 아이티 출신의 미국 소설가 에드위지 당티카의 작품 《남아 있는 날들의 글쓰기》는 어머니 죽음을 지켜보는 과정에 대한 기록과 함께 다양한 문학작품에서 작가가 죽음을 다루는 방식을 분석한 책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 작가들은 무엇을 할까. 그들은 글을 썼다. 식도암으로 죽어가던 작가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죽음 앞에 놓인 자신의 모습을 글로 남겼다. 암 환자로서 인간의 품위를 잃어감에 대해 이야기할 때조차 그는 유머와 재치를 활용했다. 다가오는 죽음조차 그를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일깨우듯이.

어머니가 사망한 뒤 저자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절망에 빠진다. 저자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애도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 어머니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다양한 문학작품에서 죽음이 어떻게 다뤄지는지, 글을 쓰는 행위가 어떻게 상실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돼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신지현 옮김, 엑스북스, 224쪽, 1만35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