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에어비앤비 지옥' 사이트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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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공유숙박 범죄·사고에지난달 일본 도쿄로 혼자 여행을 다녀온 김모씨(28)는 ‘캡슐 호텔’에 묵었다. 세계 1위 숙박공유 앱(응용프로그램)인 에어비앤비도 알아봤지만 지난해 일본에서 발생한 한국인 여성 관광객 성폭행 사건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옆방에서 코 고는 소리가 그대로 들려왔지만 그래도 마음은 편했다”는 게 김씨의 소감이다.
피해 사례 후기 사이트 등장
에어비앤비 홈어웨이 투지아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 중인 숙박공유업체들이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7월 일본 후쿠오카에서는 한국 여성 A씨(31)가 집주인 오사베 소이치에게 성폭행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오사베는 여성 숙박객에게 건넨 술에 가루로 된 수면제를 타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몰카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에는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카메라를 발견했다는 사연이 넘쳐난다. 경찰에 집주인이 체포되는 사건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작년 성폭행 사건 이후부터 에어비앤비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천모씨(29)는 “집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숙소가 어떤 형태인지 미리 알 수 없어 사실상 운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에어비앤비는 사고 발생 시 호스트를 퇴출하는 것 외에 사실상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 후기 시스템도 큰 효과를 보기 힘들다. 손님이 집을 나쁘게 평가하면 집주인도 손님이 매너가 없었다는 식으로 ‘보복 평가’가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나쁜 평가를 받은 이용자는 추후 새로운 숙소를 예약할 때 이용을 거부당할 수 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별 반 개라도 빠진 곳은 가지 말아야 한다”는 등의 팁이 공유되고 있다. ‘먼지가 좀 있었다(엄청 더러웠다)’, ‘조금 쌀쌀했다(난방이 안 된다)’는 식의 은어가 통용되기도 한다.
피해 사례를 공유하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2013년 개설된 ‘에어비앤비 지옥(www.airbnbhell.com)’에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다가 피해를 본 사용자들의 익명 후기가 주로 올라온다. 불의의 사고를 막으려면 가급적 후기가 많은 숙소 중심으로 선택하고, 각종 문의에 응답률이 높은 ‘슈퍼호스트’를 고르는 등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