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총 인선 '여권 실세 개입' 논란이 보여주는 노·사·정 현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차기 회장단 선임 파행을 둘러싼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열린 경총 정기총회에서 당초 회장 내정자로 알려졌던 박상희 전 중소기업중앙회장(대구경총 회장)의 선임이 무산된 게 의혹이 불거진 계기다. 여권 실세인 더불어민주당 H 의원이 노동정책에 쓴소리를 많이 한 김영배 전 상근부회장을 밀어내고, 특정인을 회장과 상근부회장에 앉히기 위해 개입했다는 등의 각종 설(說)이 난무한다. 만에 하나 사실이라면 여권이 민간 경제단체까지 좌지우지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경총은 노동·임금 분야에서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5대 경제단체의 하나다. 노사정위원회는 물론 각종 노사 관련 기구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유일한 사용자 단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경총마저 ‘정치권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면 기업 현장의 애로가 제대로 전달될 수 없다.그렇잖아도 문재인 정부 들어 노사관계가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노동계 출신 인사들이 정부 전면에 포진한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성과연봉제 폐지 등 대부분이 노동계의 뜻대로 결정됐다. 반면 기업들은 정부와의 소통도 여의치 않다. 그나마 목소리를 내던 경총마저 정치권에 휘둘리면 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다. 여기에는 규제혁파와 노동개혁이 관건이다. 노동개혁은 노사 양보와 고통분담이 전제돼야만 실효성이 높아진다. 지금처럼 노조에 일방적으로 힘이 쏠려서는 정부가 추구하는 ‘고용 안정을 기반으로 하는 노동 유연성 확보’도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