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미 금리 역전해도 외국인 증권자금 대규모 유출 가능성 적어"

"Fed 올해 3회 인상…국내 금리결정, 미국과 연계되지 않아"
"GM사태 경제주체들에게 심리적 영향…주의깊게 살필 것"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한국과 미국의 금리 수준이 역전해도 외국인 증권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대규모의 증권자금 유출은 내외금리차보다는 국제금융시장의 충격, 신흥국 불안 확산에 주로 기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1.50%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금통위에서 6년5개월 만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후 석 달 째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한은의 금리 동결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역전될 가능성이 커졌다. 내달 21일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현행 연 1.25%~1.50% 금리 수준인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보다 금리가 높아져, 국내 자금이 고금리를 따라 미국으로 흘러갈 수 있다.

이 총재는 한·미간 금리 역전이 발생해도 당분간 외국인 증권자금 유출이 대규모로 발생하지 않는 배경에 대해 '양호한 국내 대외건전성', '외국인 채권자금의 장기투자 행태' 등을 꼽았다.

국내 외환보유액(1월 기준 3957억5000만달러)이 '사상최대' 수준으로 많은데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하는 점, 채권자금 가운데 공공자금(주요국 중앙은행, 주요국 국부펀드, 국제기구 등)의 비중이 높은 점 등을 긍정적으로 본 것이다.그는 "지난해 8월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진 이후 외국인 자금이 일부 유출됐지만 다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 등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한국물에 대한 투자 수요는 양호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Fed가 올해 세 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봤다. 시장 일각에서는 4차례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점도표(Fed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통해 전망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다만 미국의 고용, 물가 등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금리인상 횟수는 달라질 수 있다"며 "미국의 금리인상과 연계해 국내 금리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니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또 편성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대해 이 총재는 "정부가 일자리 확대를 위해 추경을 단행하더라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기조와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는 성장을 뒷받침할 만큼 충분히 완화적"이라며 "정부 추경시에는 한은의 신성장·일자리지원프로그램 등으로 정책을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국내 경제의 새로운 불확실성으로 떠오른 한국 GM사태에 대해선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한국GM 군산공장은 현재 가동률이 상당히 낮다"며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미국의 통상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GM사태가 군산공장 폐쇄에 그치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는 경제주체들에게 심리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향후 전개 추이를 주의깊게 살피고 있다"고 강조했다.한편 이날 금통위는 이 총재가 주재한 마지막 금통위였다. 이 총재는 내달 말 4년의 임기가 종료된다. 업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차기 총재 후보에 대한 검증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들어갔으며, 이 총재의 연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채선희 /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