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감축 효과 미미한데 석탄발전 5기 또 가동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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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 2호기 등 5기 1일부터 6월까지 중단정부는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5기의 가동을 3월부터 6월까지 넉 달간 중단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에 드는 비용은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미세먼지 감축 효과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노후 석탄발전소 8기의 가동을 한 달간 멈췄는데 미세먼지는 1%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은 한국전력에 많은 비용 부담을 안기지만 정작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미미하다”며 “한전의 적자가 심해지면 결국 전기요금이 인상될 것”이라고 우려했다.◆미세먼지 저감 효과 미미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1일부터 영동 2호기, 보령 1·2호기, 삼천포 1·2호기 등 건설된 지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발전소 5기의 가동을 넉 달간 중단한다”고 28일 발표했다. 지난해 6월 한 달간 가동 중단했던 8기 중 서천 1·2호기, 영동 1호기는 영구 폐쇄됐기 때문에 나머지 5기만 가동 중단하는 것이다. 봄철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취임 직후 내린 ‘3호 업무지시’였다.
작년 1개월 시행했더니 미세먼지 1% 감소 그쳐
단가 비싼 LNG 발전 늘고 원전까지 잇따라 멈춰
한전 적자 더 늘어날 듯
정부는 “5기의 가동 중단으로 저감되는 미세먼지가 813t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지난해 전체 석탄발전소 4개월치 미세먼지 배출량의 8.6%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전망한 근거와 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미세먼지 농도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 발전소 배출량 기준으로 단순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전망만큼 실제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란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작년 한 달간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을 중단해 얻은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1.1%에 불과했다는 분석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노후 석탄발전소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충남지역 40곳을 조사한 결과다.작년 6월 이들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2015년 6월과 2016년 6월의 두 해 평균치에 비해 ㎥당 4㎍(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줄었는데 이 중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에 따른 감소분은 0.3㎍에 그쳤다. 나머지 대부분은 해외에서 유입된 미세먼지 감소, 국지적 기상요건 변화 등에 기인했다.
◆한전 부담은 ‘눈덩이’
작년 한 달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한전의 전력구입비는 559억원 늘었다. 값싼 석탄 대신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로 생산한 전기를 사야 했기 때문이다.산업부는 올해 넉 달간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을 멈추면 한전의 전력구입비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추산하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단되는 발전소 대신 어떤 발전소가 가동될지 몰라 비용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전력업계 일각에선 지난해 노후 발전소 1기를 한 달 멈춤으로써 평균 70억원의 전력구입비가 추가로 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에는 전력구입비가 1400억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조9532억원으로 전년 대비 58.7% 감소했다. 작년 4분기만 떼어놓고 보면 129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탈(脫)원전 정책으로 원전 가동이 줄고 값비싼 LNG발전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전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3년 2분기 이후 4년 반 만에 처음이다.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탈원전과 탈석탄을 동시에 하면 한전은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적자가 누적되면 전기료 인상 외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적자기업은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한전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원전을 수주하는 데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태훈/심은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