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봤습니다] 미국차 편견 깬 캐딜락 'XT5'…가족형 SUV의 모범답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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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질감과 승차감 뛰어나미국 차는 ‘덩치 크고 기름을 많이 먹는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큰 차를 선호하는 지역적 특성에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급 세단 등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기술을 접목하면서 소비자의 편견을 깨고 있다.
넉넉한 실내 공간에 가족 여행 거뜬
연비 L당 11.2㎞ 기록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아쉬워
특히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고급차 브랜드 캐딜락은 디자인 변화와 맞물려 새로운 도약기를 맞고 있다.최근 캐딜락의 중형 SUV인 ‘XT5’(사진)를 타봤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전북 군산을 오가는 530㎞ 구간을 달렸다.
인상적인 부분은 주행 질감과 편안한 승차감이였다. 가족을 둔 사람에게 딱 맞는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겉보기와 달리 준수한 연비도 숨겨진 또 다른 매력이었다.
◆세단처럼 편안한 차운전석에 올라타니 탁 트인 시야가 상쾌했다. 스티어링 휠(운전대)과 가죽 시트의 부드러운 질감이 몸을 감싸 안았다. 특히 도어 트림과 컨트롤 패널보드 사이의 공간이 넓었다. 장거리 주행을 해도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준이다.
시동을 걸자 3.6L 6기통 가솔린 엔진이 조용히 깨어났다. 하이브리드카(HEV) 못지않은 정숙성을 자랑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부드럽게 앞으로 치고 나갔다.
속도를 내자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 초기 가속력은 굼뜨지만 시속 50㎞부터 육중한 차체를 밀어붙이는 움직임을 보여줬다. 시속 100㎞가 넘어도 큰 흔들림 없이 끈기를 발휘했다. 캐딜락 XT5는 최고 출력 314마력과 최대 토크 37.4㎏·m의 성능을 낸다.특히 6기통 엔진이 주는 주행 질감은 일품이었다. 온몸으로 전해지는 엔진 회전질감은 서로 잘 맞는 톱니바퀴처럼 편안했다. 8단 자동변속기는 원하는 대로 달릴 수 있도록 운전자를 똑똑하게 뒷받침해줬다.
다만 역동적인 달리기는 버거웠다. 일반 SUV보다 차체가 반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느낌이다. 먼 거리를 편안하게 오가거나 풍부한 가속 반응을 원하는 사람과 잘 맞아 보였다.
이 밖에 리어램프와 통합된 후방 방향 지시등은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실내 공간은 넓고 안락했다. 뒷좌석은 레그룸(다리를 뻗는 공간)이 여유롭고 시트 등받이 각도 조절과 앞뒤 이동이 가능하다.
기본 트렁크 용량은 850L다.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최대 1784L까지 커진다. 가족을 태우고 캠핑 등 여행을 떠나기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다.◆예상 뒤엎는 연비, 몇 가지 단점
시승하는 동안 정체된 서부간선도로 등을 지났다. 계기판에 찍힌 연비는 L당 11.2㎞를 유지했다.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 4개의 엔진 실린더만 사용하는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AFM)’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었다. 정차 시 시동이 꺼지고 주행 시 시동이 켜지는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도 유용했다.
가솔린 엔진을 얹었지만 큰 덩치가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다. 고속도로를 달릴 땐 L당 12.9㎞의 연비를 기록했다. 이 차의 공인 복합연비는 8.9㎞/L다.
가장 아쉬운 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었다. 터치스크린 조작이 원활하지 못해 운전 중 시선이 분산되기 일쑤였다. 수준 높은 한글 지원의 장점을 가렸다. 탑재된 내비게이션은 화면 전환 방식이 어려워 사용할 때 손이 많이 갔다.
이와 함께 반자율주행 기술은 다른 수입차 브랜드보다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캐딜락 XT5는 전방 거리 감지 및 저속 자동 정지 시스템 등을 탑재하고 있다.
외관 디자인은 대형 세단 CT6 등과 비슷하게 디자인해 ‘패밀리 룩’을 구현했다. 웅장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각진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 곧게 뻗은 주간주행등은 존재감을 지녔다. 굵직한 직선 위주 라인은 투박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캐딜락 XT5의 판매 가격은 트림(세부 모델)별로 6680만~7480만원이다.캐딜락은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2008대를 팔아 최대 실적을 올렸다. 2016년(1103대)과 비교하면 82.0% 증가했다. 올해는 2500대를 팔겠다는 게 회사 측 목표다.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