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들은 '못난이 부동산'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경 BIZ School
Let's Master '부동산시장 분석기법' (8)

하락요인이 많아 팔리지 않는데
아직 덜 올랐단 이유로 투자 금물

‘보이지 않는 손’으로 유명한 애덤 스미스는 우리에게 익숙한 철학자이자 경제학자다. 그의 명저 《국부론》을 통해 ‘보이지 않는 손’이 알게 모르게 시장경제의 균형을 이루게 한다는 것쯤은 학교 다닐 때 배워서 알고 있다. 필자 역시 스미스가 1759년 집필한 《도덕감정론》에서 ‘이기적 존재인 인간이 어떻게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가?’라고 쓴 문구를 필자의 블로그 대문에 적어놓을 정도로 공감하고 좋아한다. 인간은 경제학적으로 이기적인 존재고, 이는 경제학적으로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다른 사람보다 더 노력해서 자산을 축적하고자 하는 욕구는 타인에게 위해를 주는 행동이 아닌 이상 누구도 탓할 수 없다. 개인의 발전은 곧 국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바라보면 이기적인 존재인 인간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까란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기에는 고민이 따른다. 왜냐하면 인간은 개인의 이기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과한 욕심을 부리다가 본인의 재정상태가 악화되는 상황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늘날 부동산시장 투자자들의 행동을 보면 250여 년 전 스미스의 통찰력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사람들은 지극히 이기적인 행동을 하지만 아무런 생각 없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개인의 주관적 의견은 없이 군중이 몰려가는 방향으로 따라가는 행동도 자주 한다. 부동산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가격이 오르면 몰려가서 사고, 내리면 더 떨어질까 겁을 내며 팔지 못해 초조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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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심리는 묘하다. 모르면 차라리 가만히 있으면 된다. 그런데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옆집 철수 엄마, 영희 엄마, 세탁소 김 사장 모두가 부동산 투자를 해서 돈을 벌었다고 하니 나만 뒤처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부동산시장이 상승하고 주변에서 돈 좀 벌었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가서 부동산 쇼핑을 한다. 침체기에 빠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공포에 휩싸여 물건을 처분하기에 급급하다. 사람들은 이렇게 대중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휩쓸려 다닌다. 군중심리다. 상식적으로 볼 때 가격 하락 요인보다는 상승 요인이 많은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옳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A라는 부동산이 있다고 가정하자. 다른 요인이 같고 상승 요인(역세권, 학군, 직주근접, 조망, 공권, 공공시설, 편의시설, 인구유입 가능성, 가처분소득이 높은 거주민의 수준)만 있다면 A의 부동산 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반대로 B라는 부동산엔 하락 요인(혐오시설 등 상승요인과 반대되는 열악한 조건과 가처분소득이 낮은 거주민의 수준)만 존재한다면 B의 부동산 가격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A의 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횡보한다거나 조정세를 보이기도 한다. B는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데도 횡보하거나 오르는 일도 있다.

이런 일이 왜 벌어질까. 사람들은 분명히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을 알고 있으면서도 엉뚱한 선택을 할 때가 있다. 원인을 살펴보자. 만약 A부동산에 상승 요인이 많음에도 횡보하거나 조정을 보인다면 이는 부동산시장 전체가 하락기이기 때문이고, B부동산에 하락 요인이 있음에도 가격이 상승한다면 부동산시장 전체가 상승기 국면에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동산시장 상황이 대세 상승기에 들어서면 A부동산 가격은 B부동산에 비해 상승률이 높고, 대세 하락기는 B부동산 가격이 평균 하락률 이상으로 떨어질 것이다. 알면서도 이런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초보 투자자가 남들이 모두 수익을 얻었다고 하는 시기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즉, 대세 상승기가 어느 정도 진행된 시기에 투자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다.

이 정도 상황이면 상승 요인이 많은 부동산은 가격이 이미 상당히 올라 있기 때문에 초보 투자자는 접근하기 힘들다. 가격이 많이 올랐으니 ‘떨어지면 어떡하나’란 심리가 들어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A부동산은 포기하고 가격이 덜 오른 B부동산을 선택한다. 아직 가격이 덜 오른 이유는 하락 요인이 많은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초보 투자자는 이런 사실을 간과하고 아직 오르지 않았다는 이유 또는 저렴하다는 이유로 하락 요인이 많은 부동산에 투자한다. 투자금이 부족해 그렇다고 항변하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그런데 필자의 주변을 돌아보면 자금이 있어도 B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다. 일선 공인중개사무실에서도 B부동산을 권하는 사례가 많고, 초보 투자자들이 몰려가서 일을 저지르는 것을 필자는 부지기수로 봤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 시장은 냉정하다. 따지고 보면 모두가 경쟁자다.

수익을 얻으려면 내가 산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사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하락 요인이 많아서 팔리지 않는 ‘못난이 부동산’을 대세 상승기 끝자락에 아직 오르지 않았다는 이유 또는 다른 부동산에 비해 조금밖에 안 올랐다는 이유로 투자하는 바보가 되지 말자. 모르면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것이 낫다.

구만수 국토도시계획기술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