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새 3조 순매도… 외국인 '셀 코리아' 나서나

통상압력·기업규제 강화에 실적 우려 커져…삼성전자 등 집중 매도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작년 말보다 6.6% 낮아져
한국 투자 글로벌펀드서 5억달러 유출

"당분간 기관 매수종목 주목을"
외국인투자자의 한국 증시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2월 한국 주식시장에서 3조원 가까운 투자금을 회수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로 글로벌 증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통상압력 심화,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줄 각종 정책 발표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외국인들이 본격적인 ‘셀 코리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타격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월 한 달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5611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코스닥시장(1조2603억원)까지 합치면 총 2조8214억원을 순매도했다. 1월엔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9756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345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시총 상위 종목을 주로 팔았다. 대장주인 삼성전자(1조558억원)를 비롯해 셀트리온(7946억원), LG화학(2160억원), 삼성SDI(1980억원) 등이 외국인 매도로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 시총의 22.32%를 차지한 삼성전자는 2월 한 달간 5.69% 떨어져 코스피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증권업계는 한국의 업종 대표주로 구성된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인덱스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대형주들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파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발(發) 글로벌 증시 불안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인상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세계적으로 위험자산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코스피지수가 5.73% 내린 것을 비롯해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4.42%), 일본 닛케이225(-4.45%), 홍콩H(-8.69%) 등이 일제히 하락했다.◆낮아지는 실적 기대

문제는 한국에서의 자금 유출 규모가 유독 크다는 점이다. 글로벌 펀드정보 업체 이머징마켓펀드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달 7일부터 21일까지 한국에 투자하는 펀드에서 4억9321만달러(약 5341억원)가 빠져나갔다. 이 기간 한국이 포함된 글로벌이머징마켓(GEM)펀드에는 39억6857만달러가 유입됐다.

증권업계에선 미국의 통상압력 심화 등으로 한국 기업의 실적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는 점을 이 같은 흐름의 원인으로 꼽았다. 김재홍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한국 철강제품 등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하는 등 강력한 통상압박을 가하면서 수출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 등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정책이 잇달아 시행되는 것도 악재로 꼽힌다.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가 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33곳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46억8840원으로, 지난해 말(50억1996억원)보다 6.60% 줄었다. 133개 종목 중 93곳의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해외 출장을 나가 외국인투자자를 직접 만나 보니 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이 최근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우려했다.

◆기관, ‘구원투수’ 될까

전문가들은 “투자자로선 당분간 기관이 많이 사는 종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올 들어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1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3455억원을 순매도한 기관은 19일부터 28일까지 4121억원을 순매수했다.이 기간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셀트리온(1610억원) SK이노베이션(1055억원) 에쓰오일(683억원) 고려아연(490억원) 아모레퍼시픽(480억원) 순으로 많이 샀다. 윤 센터장은 “외국인이 시장 주도권을 내준 이후엔 기관이 장을 이끌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기관투자가의 움직임을 주목해볼 만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