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친노동' 아닌 '친노조' 정책, 청년 좌절 키운다

“정부의 몰아치기식 친(親)노조 정책으로 고용 관련 부담이 너무 크다”는 기업들의 토로가 넘쳐나고 있다. 비정규직 제로화가 강도 높게 추진되는 가운데 올해 최저임금이 16.4% 급속 인상됐고, 여기에 근로시간 단축(주당 68시간→52시간)이 겹치면서 메가톤급 충격이 한꺼번에 기업들에 몰아닥치고 있어서다. 산업 현장에서는 “사람 뽑기가 무섭다”는 하소연뿐만 아니라 “핵심 연구개발(R&D) 기능을 뺀 생산시설은 해외로 내보낼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금 기업들은 정부에 그동안 추진해온 친노조 정책들을 되돌아보고 보완이 필요한 대목은 서둘러 보완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고 일자리를 오히려 줄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 정책이 전체 노동자가 아니라 조직률이 10% 수준에 불과한 기득권 노조 세력을 보호하는 친노조 정책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것으로, 이대로 가면 신규 채용이 힘들어져 청년층 일자리 위기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게 기업들 지적이다.정부가 일자리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지만, 청년층 일자리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9%로 사상 최고를 나타냈다. 체감 청년실업률(22.7%)도 관련 지표 작성 이래 가장 나빴다. 올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의 최대 희생양은 일자리가 없는 청년층”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기득권 노조단체들은 정부와 사용자 측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고 무리한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 어려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휴일 근무에 대한 중복할증을 인정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반발하는 것부터 그렇다. 노·사·정 대화기구 개편 논의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보완입법이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의 생존과 일자리 유지를 위해서는 탄력근무제 확대, 시간제 근로 활성화, 파견근로 규제 완화 등의 조치가 꼭 필요하다. 정부는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원천인 기업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노조 양보를 이끌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