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피눈물난다"…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앞두고 흉흉한 지역정서
입력
수정
지난달 말, 군산 시내에는 간판없는 가게들이 많았다. 텅 빈 가게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유리창에는 가게 이름을 알리는 간판 대신 '매매' 또는 '임대'를 써놓은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장사가 안되니 모두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죠."오식도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이 말했다.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한국GM 공장 사이에 위치한 오식도동은 빈집이 속출하고 문을 닫는 점포도 늘면서 유령도시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한국GM이 오는 5월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작년 7월 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 폐쇄에 이어 또 한 번 맞는 악재다.
이 상인은 "이 일대 원룸 대부분이 텅텅 비었다"며 "가게 맞은편에 있는 4층 원룸 건물에는 최근 마지막 세입자도 떠났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는 "손님이 한명도 오지 않는 날도 있다"며 "가게를 내놔야하지만 누가 들어오려 하겠는가"라고 한탄했다.
한때 '군산의 강남'으로 불리던 나운동과 수송동도 사정은 마찬가지. 군산의 대표적인 상권인 이곳들에서도 문닫는 가게가 속출하자 시민들은 "이쯤되면 말 다했다"고 탄식했다. 이 일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분위기가 흉흉하다"며 "가게들이 문을 닫고 주변 은행들은 점포 통폐합을 한다고 한다. 한국GM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업체부터 금융권까지 줄줄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김 씨는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문을 닫았을 때 이 근방 대부분 가게들의 매출이 급감할 만큼 급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현대중공업에 이어 한국GM의 공장까지 문을 닫는다고 하니 지역 경제 어려움이 얼마나 길어질지 가늠할 수도 없다"고 말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현대중공업 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한차례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공포는 패닉에 가까웠다. 차 한 대 보기 힘든 적막한 도로가 시민들의 불안감을 대변하는 듯 했다.
군산은 이미 지난해 현대중공업 조선소 폐쇄 당시 근로자의 5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던 곳이다. 한국GM은 이미 지난달부터 희망퇴직 접수를 받기 시작했다. 한국GM 군산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실직 예상 규모는 협력업체 인원까지 포함하면 1만2000여명. 지역 경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지역 주민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분개했다. 특히 모기업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김 씨는 "작년에는 한국GM을 도우려고 올란도를 구입했었다”며 “나같은 군산 사람들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군산 지역의 한국GM 차 시장 점유율은 17%에 달한다. 전국 시장 점유율의 두 배 수준이다. 그는 "별다른 회생 노력도 없이 공장을 폐쇄해버린 GM이 괘씸하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GM 군산공장이 정상화가 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한국GM에 대한 정부 지원에 대해서는 희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시민들이 많았다. 라운동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정부가 막대한 돈을 GM에 지원하는 방안은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믿을 수 없는 외국계 기업에 혈세를 퍼주는 선례를 남기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못 미더운 외국 자본 대신 오랜기간 안정적으로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 국내 대기업이 군산 공장을 매입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당장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감내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군산 시내를 빠져나오던 중 "군산시민 피눈물난다"는 현수막 문구가 눈에 띄었다.
군산=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장사가 안되니 모두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죠."오식도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이 말했다.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한국GM 공장 사이에 위치한 오식도동은 빈집이 속출하고 문을 닫는 점포도 늘면서 유령도시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한국GM이 오는 5월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작년 7월 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 폐쇄에 이어 또 한 번 맞는 악재다.
이 상인은 "이 일대 원룸 대부분이 텅텅 비었다"며 "가게 맞은편에 있는 4층 원룸 건물에는 최근 마지막 세입자도 떠났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는 "손님이 한명도 오지 않는 날도 있다"며 "가게를 내놔야하지만 누가 들어오려 하겠는가"라고 한탄했다.
한때 '군산의 강남'으로 불리던 나운동과 수송동도 사정은 마찬가지. 군산의 대표적인 상권인 이곳들에서도 문닫는 가게가 속출하자 시민들은 "이쯤되면 말 다했다"고 탄식했다. 이 일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분위기가 흉흉하다"며 "가게들이 문을 닫고 주변 은행들은 점포 통폐합을 한다고 한다. 한국GM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업체부터 금융권까지 줄줄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김 씨는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문을 닫았을 때 이 근방 대부분 가게들의 매출이 급감할 만큼 급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현대중공업에 이어 한국GM의 공장까지 문을 닫는다고 하니 지역 경제 어려움이 얼마나 길어질지 가늠할 수도 없다"고 말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현대중공업 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한차례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공포는 패닉에 가까웠다. 차 한 대 보기 힘든 적막한 도로가 시민들의 불안감을 대변하는 듯 했다.
군산은 이미 지난해 현대중공업 조선소 폐쇄 당시 근로자의 5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던 곳이다. 한국GM은 이미 지난달부터 희망퇴직 접수를 받기 시작했다. 한국GM 군산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실직 예상 규모는 협력업체 인원까지 포함하면 1만2000여명. 지역 경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지역 주민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분개했다. 특히 모기업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김 씨는 "작년에는 한국GM을 도우려고 올란도를 구입했었다”며 “나같은 군산 사람들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군산 지역의 한국GM 차 시장 점유율은 17%에 달한다. 전국 시장 점유율의 두 배 수준이다. 그는 "별다른 회생 노력도 없이 공장을 폐쇄해버린 GM이 괘씸하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GM 군산공장이 정상화가 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한국GM에 대한 정부 지원에 대해서는 희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시민들이 많았다. 라운동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정부가 막대한 돈을 GM에 지원하는 방안은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믿을 수 없는 외국계 기업에 혈세를 퍼주는 선례를 남기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못 미더운 외국 자본 대신 오랜기간 안정적으로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 국내 대기업이 군산 공장을 매입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당장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감내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군산 시내를 빠져나오던 중 "군산시민 피눈물난다"는 현수막 문구가 눈에 띄었다.
군산=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