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대표 인사 잇단 성추문에… 출판·영화시장 '춘래불사춘'

국내 문학 판매량 전년대비 16% 감소
지역 영화제는 수장들 사퇴로 차질
‘미투’ 파장으로 문화예술시장이 수심에 빠졌다. 한국 문단의 얼굴인 고은 시인의 추락에 이어 “성범죄자 관련 공연은 보지 않겠다”는 불매운동의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몰라서다.

출판계는 2016년 소설가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을 계기로 문단이 활기를 찾기 시작했는데 이번 사태로 다시 힘을 잃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 의혹이 폭로된 올 1월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국내 문학책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1% 감소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큰 행사에 고은 시인의 성추문 사건까지 잇달아 터지면서 지난달 국내 문학책 판매량이 전년보다 저조했다”며 “고 시인의 추태가 문단 전체의 신뢰를 깎아내리고 있다”고 말했다.공연시장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성추행 의혹이 폭로된 윤호진 에이콤 대표가 연출한 뮤지컬 ‘명성황후’는 예매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YWCA는 창립기념 행사로 오는 8일 명성황후 공연을 단체관람할 예정이었지만 취소했다.

올여름 개봉 예정인 영화 ‘신과함께 2’ 제작진은 성추문에 휩싸인 오달수 씨의 대체 배우를 캐스팅해 오씨 출연 분량을 모두 재촬영하기로 했다. 제작비 증액이 불가피하다. ‘컨트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이웃사촌’ 등 개봉을 앞둔 다른 영화 세 편에서는 오씨가 주연을 맡은 터라 해당 영화 제작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지역 문화행사에도 유탄이 날아들었다. 성추행 피해자에게 사과한 박재동 화백은 2일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울주군이 한국 최초의 산악영화제로 2016년 시작한 영화제다. 지난달 27일 열릴 예정이던 출범식부터 무기한 연기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조재현 씨는 DMZ국제다큐영화제 집행위원장 직에서 지난달 25일 사퇴했다. 이 영화제는 오는 9월 개최를 앞두고 출품 공모를 하던 중 갑작스레 수장 공백 상황을 맞게 됐다.

마지혜/심성미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