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SW' 전수받은 캄보디아… "IT드림 키운다"

핀테크 1세대 기업 웹케시
KOICA와 IT인재센터 세워

매년 캄보디아 대학생 선발
IT기업·금융업체 등 취업
"한국 좋아하는 IT 우군 양성"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외곽에 자리잡은 ‘코리아 소프트웨어 HRD센터’ 5기 교육생들이 지난달 27일 졸업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웹케시 제공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 모니봉거리에 자리잡은 프놈펜호텔. 지난달 27일 그랜드볼룸 행사장에선 어딘지 익숙한 발음의 노래가 들려왔다. 37명의 캄보디아 젊은이들이 졸업식 무대에 올라 ‘꿈꾸지 않으면’이란 한국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들은 국내 핀테크(금융기술)업체 웹케시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소프트웨어(SW) 인재를 키우기 위해 프놈펜에 설립한 ‘코리아 소프트웨어 HRD(인재개발)센터’의 5기 졸업생. 이들 가운데는 소셜미디어서비스를 개발해 창업에 도전하려는 사람도 있었다. 한국의 SW 기술을 전수받은 캄보디아 젊은이들은 졸업식에서 부른 노래 가사처럼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하던 새로운 꿈과 희망을 노래하고 있었다.◆SW로 꿈키우는 캄보디아 청년들

HRD센터가 프놈펜에 처음 자리잡은 건 2013년 4월이다.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전담기관인 KOICA가 70%, 웹케시가 30%를 투자해 센터를 세웠다. 1999년 설립된 웹케시는 가상계좌, 편의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을 처음 제작한 ‘핀테크 1세대’ 기업이다. 중소 규모의 소프트웨어 회사가 해외에 진출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ODA 활동까지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 웹케시 창업자인 석창규 회장은 2012년 대표에서 물러난 뒤 글로벌사업에 전념하며 캄보디아와 인연을 맺었다. 석 회장은 “캄보디아는 국민 소득이 1000달러대로 동남아시아에서도 빈국에 속하지만 30대 이하 젊은 인구가 70%를 차지할 만큼 역동적이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고 설명했다.HRD센터는 현지 대학의 정보기술(IT) 전공자를 선발해 9개월간 자바, 데이터베이스, 웹 등 소프트웨어를 가르친다. 학생들은 매일 8시간의 수업 중 2시간가량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배운다. 김태경 HRD센터장은 “현지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센터에 들어오기 위한 경쟁률이 5 대 1을 웃돈다”며 “현지 최고 대학인 왕립프놈펜대학 출신이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센터 학생들이 공동 개발한 e러닝 서비스는 캄보디아 내 교육분야 앱(응용프로그램) 가운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회원 수 11만 명이 넘어서자 캄보디아 교육부에서 앱을 활용하겠다고 공식 제안을 해오기도 했다.

◆한국을 좋아하는 IT 우군 양성이번 5기 졸업생을 포함해 지금까지 312명의 캄보디아 학생이 이곳에서 한국 IT 기술을 교육받았다. 졸업생은 주로 현지 IT기업, 금융업체에 취업한다. 5기 졸업생인 보크 로크퐁은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지만 실무경험을 쌓기가 어려웠다”며 “전국 곳곳에서 모인 인재들과 함께 한국의 앞선 IT 경험을 나눈 게 가장 큰 보람이었다”고 말했다.

웹케시는 HRD센터에서 키운 인재들을 활용하기 위해 안랩, 알서포트, 라온시큐어 등 국내 SW기업과 손잡고 현지 SW 개발회사인 KOSIGN도 세웠다. HRD센터 졸업생 가운데 100명 정도는 이곳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설욱환 KOSIGN 법인장은 “캄보디아에서 SW를 개발해 정식 상품으로 제작하기 시작한 것은 KOSIGN이 처음”이라고 했다.

웹케시는 SW 인재를 키우는 HRD센터 모델을 다른 동남아 국가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해마다 5~6억원씩 적지 않은 투자비가 들지만 여기서 키운 인재가 한국과 동남아의 IT산업을 잇는 교두보가 될 것이란 믿음에서다. 석 회장은 “개발도상국에 한국을 알리고 탄탄한 유대 관계를 쌓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품과 서비스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을 잘 알고 좋아하는 IT 우군을 양성하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프놈펜=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