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위, 마지막 홀 기적같은 '역전 드라마'

그린 밖에서 굴린 15m 버디퍼트 홀컵에 '쏙'

HSBC챔피언십 정상… 3년8개월 만에 LPGA 우승

마지막 날 7언더파 '뒷심'
잦은 부상에도 스윙 교정… 고생 끝에 '화려한 부활'
"끝까지 믿은 팬들에 감사"

18번홀 보기 '덜미' 잡힌
신지은 아쉬운 공동 2위
고진영도 공동 6위 선전
“끝까지 믿어준 후원사와 용품사, 팬들에게 너무 감사해요!”

‘철녀’ 같았던 미셸 위(29·미국·위성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경기에 몰입하는 그였기에, 갤러리들은 그의 ‘끝없는 도전’에 조용한 박수를 보냈다. 갤러리에 섞여 있던 아버지(위병욱 씨)와 어머니(서현경 씨)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5타 뒤집은 달콤한 역전승

재미동포 미셸 위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정상에 올랐다. 마지막 우승인 2014년 6월 US오픈 이후 3년8개월 만이다.

미셸 위는 4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코스(파72·6718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HSBC 월드챔피언십(총상금 150만달러)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를 쳐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통산 5승. 우승 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4000만원)도 그의 몫이 됐다.미셸 위는 그동안 잦은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고집스럽게 스윙 교정을 포기하지 않은 끝에 마침내 1인자 자리를 탈환했다. 그는 “마지막 날 7타 이상만 줄이면 우승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며 감격해했다.

전날 3라운드까지 선두에 5타 뒤져 있던 그는 마지막 날 7언더파를 치는 뒷심을 발휘하며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써냈다.

18번홀 그린 밖 퍼팅이 선물한 드라마극적인 승부였다. 여러 명이 연장전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았다. 17언더파 단독 선두를 달리며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였던 신지은이 18번홀(파4) 보기를 범하며 16언더파로 내려앉은 채 경기를 먼저 끝냈다. 대니엘 강(미국), 넬리 코다(미국), 브룩 헨더슨(캐나다)이 맨 뒤에서 따라왔지만 역시 16언더파 벽에 막혀 있었다.

14번홀(파4)까지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잡아내며 공동 선두까지 치고 올라온 미셸 위도 16번홀(파5)에서 짧은 버디 퍼트를 놓친 데 이어 17번홀(파3)에서도 파를 잡는 데 그쳤다. 마지막 18번홀에서도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벗어났다. 버디를 잡지 못할 경우 뒤에서 따라오는 대니엘 강이나 코다 중 한 명이 버디를 잡으면 곧바로 우승컵을 내줄 수밖에 없었던 상황.

하지만 그린 밖에서 시도한 15m짜리 퍼팅이 ‘신의 한 수’가 됐다. 강하게 친 공이 그대로 홀로 빨려들어가면서 17언더파 단독 선두가 된 것이다.대니엘 강과 코다도 연장으로 경기를 끌고 갈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마지막 18번홀 회심의 버디 퍼트를 놓치고 말았다.

미셸 위는 그동안 ‘지나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스윙과 퍼팅에 자주 변화를 줬다. ‘보기 민망하다’는 비난이 비등했음에도 꿋꿋하게 버틴 ‘ㄱ자 퍼팅’이 대표적이다. 허리를 90도로 굽히는 파격적인 실험을 하던 그는 이후 숙였던 허리를 점차 세우긴 했지만 실험을 멈추진 않았다. 2017 마스터스 챔피언인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처럼 집게그립을 잡거나, 리디아 고(뉴질랜드)처럼 역그립을 잡는 등 끊임없이 다른 방식을 들고나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반 퍼팅 방식처럼 허리를 세우면서 아이러니컬하게 성적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올 시즌 그의 한 라운드 평균 퍼팅은 26.45로 LPGA 투어 전체 1위다. 드라이버 비거리 1위(274야드·2010년)는 있었지만 퍼팅 부문 1위에 오른 것은 2005년 LPGA 데뷔 이후 처음이다. 골프채널은 “그의 오랜 실험이 이제야 보상받는 듯한 분위기”라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그의 분투에 박수를 보냈다.

김세영 10언더파 막판 기염

18번홀 보기만 하지 않았어도 연장전에 들어가 우승을 노려볼 수 있었던 신지은을 비롯해 대니엘 강, 코다, 헨더슨이 1타 차 2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데뷔전 우승으로 관심을 모은 루키 고진영이 15언더파 273타로 공동 6위에 올랐다. 고진영은 신인왕 포인트 1위는 물론 상금순위 1위(28만6421달러),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하는 레이스 투 CME 글로브 부문 1위에 올랐다.이날 하루에만 10타를 줄인 김세영도 다음 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김세영은 이글 1개와 버디 9개, 보기 1개를 묶어 10언더파 62타를 쳐 공동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박성현이 7언더파 공동 24위, 박인비와 전인지가 5언더파 31위에 자리해 다음 대회를 기약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