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차이나는 클래스'… 7400억 들여 SK중한석화 설비 증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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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합작 대표적 성공사례지난 3일 중국 후베이(湖北)성의 성도 우한(武漢)시 산업단지에 자리잡은 SK중한석화. 297만5200㎡ 규모 부지에 들어선 11개 주요 생산공장이 쉴 새 없이 가동되고 있었다. 이곳에선 ‘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80만t을 비롯해 폴리에틸렌(PE) 60만t, 폴리프로필렌(PP) 40만t 등 20여 종류의 석유화학 제품이 연간 220만t 생산된다.
4년간 1조6000억 벌어들여
설립 첫해부터 흑자 낸 '알짜'
벌어들인 이익으로 재투자
2020년 증설 완공되면
연생산 36%↑… 중국 에틸렌 2위
◆2020년 중국 2위 NCC로 도약SK중한석화는 2013년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종합화학과 중국 최대 국영 석유기업 중국석유화공(시노펙)이 총 3조3000억원을 투자해 설립했다. SK가 35%, 시노펙이 65%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석유화학 프로젝트로 꼽힌다.
중한석화에선 한창 증설 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7400억원을 투자해 연간 생산량을 36% 늘리기로 했다. 이번 투자는 SK나 시노펙이 자금을 대는 게 아니라 중한석화가 그동안 창출한 자체 이익을 재투자했다. 김규성 중한석화 기술총괄부장은 “새로 공장을 짓는 대신 기존 설비를 효율화하고 새로운 장비를 도입해 비효율적인 요소를 없애는 방식으로 증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2020년 증설 작업이 마무리되면 중한석화의 연간 생산량은 300만t으로 증가한다. 제품별로는 에틸렌이 110만t, 폴리에틸렌 90만t, 폴리프로필렌 70만t, 기타 제품이 30만t으로 늘어난다. 플라스틱 원료인 에틸렌은 비누, 자동차, 폴리염화비닐(PVC) 등 산업 전 분야에 두루 쓰인다. 최근 중국에선 에틸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관련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중국의 에틸렌 및 관련 제품 자급률은 60%에 불과하다.
이원근 중한석화 부사장은 “이번 투자는 SK와 시노펙 간 공동 성장에 대한 의지와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증설이 끝나고 본격 생산에 들어가면 중한석화가 중국 내 2위 나프타분해시설(NCC)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나 인사이더’ 성공SK중한석화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내세운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의 핵심 사업이다. 최 회장은 ‘중국에 제2의 SK를 건설한다’는 방침에 따라 사업 추진을 진두지휘했다. 2006년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시노펙을 최적의 사업 파트너로 낙점하고, 후베이성 당서기와 시노펙 최고경영자(CEO) 등을 만나 합작을 설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7년간 이어진 논의 끝에 2013년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이듬해 상업 가동을 시작했다. 중한석화는 가동 첫해부터 147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지난 4년 동안 1조6000억원가량의 수익을 올리며 SK와 시노펙의 알짜 회사로 성장했다. 고도의 운영 노하우가 필요한 석유화학 공장은 통상 가동 이후 3~4년이 지나야 수익을 내는데 가동 첫해에 흑자를 기록한 것은 이례적이다.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화학사업 부문 영업이익 1조3722억원 가운데 2000억원을 중한석화가 올렸다. 중한석화 부채 비율은 2014년 234%에서 지난해 35%로 낮아졌다. 중한석화는 작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포럼’에서 양국 경제협력의 대표적 성공모델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 부사장은 “지난 50년 동안 SK가 발전시킨 공정 운영 노하우와 시노펙이 가진 장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며 “향후 SK의 중국 사업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발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한=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