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연담 김명국 '습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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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조선 중기에 활동한 화가 연담 김명국은 인물화와 산수화, 달마도에 능했다. 궁중 도화서 화원을 거쳐 1636년과 1643년 두 차례 조선통신사 수행원으로 일본을 다녀오기도 했다. 두 번째 통신사 수행원으로 파견될 때는 일본에서 ‘연담 같은 사람이 오기를 바란다’고 공식 요청할 만큼 그의 명성은 일본에서도 자자했다.
그는 수많은 그림을 그렸지만 지금 남은 것은 일본에 있는 13점을 포함해 30점이 채 안 된다.이 그림은 중국 당나라 선승(禪僧)으로 잘 알려진 습득(拾得)이 남루한 차림으로 빗자루를 들고 웃으며 서 있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불필요한 붓질을 최대한 배제하고 먹 하나만으로 습득의 모습을 자유롭게 표현했다. 굵은 필획으로 옷자락을 단숨에 그려내 속도감을 살려냈다. 붓 끝을 힘껏 잡고 굽은 몸매와 벌렁대는 코, 벌린 입, 해학스런 표정 하나하나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정수리에 드러낸 머리카락은 옅은 담묵으로 묘사해 신비로운 기운을 극대화했다.
화면 상단에 ‘약문가하처(若問家何處: 살던 집이 어디냐 묻고서), 천운입취미(穿雲入翠微: 구름이 걷히자 푸른 산으로 들어가네)’라는 화제(畵題)를 붙여 속세를 떠난 선승의 안빈낙도(安貧樂道)한 삶을 은유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