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관세폭탄 확정안돼"…특정 동맹국 배제 가능성

'자유무역 콘 vs 국수주의 나바로' 대치 계속…"집안싸움 끝나려면 멀었다"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정에 여전히 변화의 여지가 있다고 5일(현지시간)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다.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결정과 관련해 공식 서명을 하지 않은 데다 법률 검토와 서류 작업도 끝나지 않은 점을 거론하면서 미국이 이번 관세 폭탄에서 일부 동맹국들을 '예외'로 해줄 가능성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서명 때까지 국내 여론의 반응을 주시할 것이란 점도 막판 변경 가능성에 대한 이유로 꼽혔다.

악시오스는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율을 고수할 게 확실하다고 보지만, 특정 동맹국들이 예외가 되는 것을 배제하지는 않는다"라고 했다.철강과 알루미늄 제품 관세 폭탄의 주요 피해자가 될 것으로 거론되는 나라 가운데 미국의 동맹국으로는 캐나다와 한국 등이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 철강에 25%, 수입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르면 이번 주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었지만, 서명이 늦어질 가능성도 작지 않다.악시오스는 또 백악관 내부에서 이번 관세 부과 결정을 둘러싸고 몇 달 간 계속돼온 '집안싸움'이 아직 끝나려면 멀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관세 문제를 둘러싸고 대치해온 백악관 내 양대 파벌의 수장은 '자유무역주의자'인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보좌관과 '경제적 국수주의자'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다.

이들은 오랫동안 이 문제로 부딪쳐 왔을 뿐 아니라 여전히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나바로 국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 관세 폭탄에 힘이 실렸지만, 아직 승패가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양측의 대립이 본격적으로 표면화한 것은 지난 1월 오벌 오피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 즉석 회의에서였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겸하는 콘 보좌관과 '가정 폭력'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한 롭 포터 전 백악관 비서관이 한 조로 나섰고, 나바로 국장과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이 한편이 됐다.

존 켈리 비서실장도 회의에 참석했다.

당시 콘 보좌관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폭탄이 기록적인 주식시장 호황을 망칠 수 있고 세제 개혁에 따른 이득을 지워버릴 수 있다며 반대했다.

나바로 국장은 국내 산업 보호와 고용 증진 등을 위해 높은 관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포터 비서관은 관세 폭탄이 제조업에 타격을 주고 세계 시장을 교란하고 동맹국들을 멀어지게 하는 것이며 보복을 불러올 것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의 토론을 지켜보면서 가끔 "철강 없이는 나라를 가질 수 없다" 등의 말을 했고, 콘 보좌관을 계속 "세계주의자(globalist)'로 칭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토론 말미에 포터 비서관이 이렇게 '세계주의자'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콘 보좌관은 이후 측근들에게 나바로 국장과 로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짓말을 한 것으로 믿고 있으며, 철강 관세의 부정적인 후속 효과를 적절히 분석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콘과 나바로는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와 관련해 안보 영향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하는 '무역확장법 232조'의 적용을 막으려 했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우선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대한 관세를 올린 뒤 중국의 지적 재산권 침해 품목들에 대한 제재 성격의 관세를 부과하는 순서를 생각했다고 한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보고 나서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검토할지 결정하려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도적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기까지의 과정도 상당히 서두른 측면이 있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특히 여기에는 '문고리'로 불린 호프 힉스 전 백악관 공보 담당 국장의 전격 사임 발표,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기밀정보 접근권 강등 등의 사태가 한꺼번에 일어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가 나빠진 점도 작용했다고 이 매체는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