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새 1조 몰린 IRP 펀드… 수익률도 선방

올 조정장서도 0.13% 수익

'피델리티글로벌' 5년 수익률 74%
신영·NH 등 배당주펀드도 고수익
"장기 성과 좋은 펀드 골라야"
연초부터 개인형 퇴직연금(IRP) 펀드 인기가 뜨겁다. IRP는 근로자의 퇴직금을 퇴직계좌에 적립해 노후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대표적 절세 금융상품으로 통상 연말에 투자금이 늘었다가 연초가 되면 자금이 빠지는 경향을 보이지만, 올해엔 두 달 만에 1조원 넘는 돈이 들어왔다. 작년부터 가입 대상이 확대된 데다 수익률도 뚜렷이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나자 일찌감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분석했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억원 이상 규모로 운용되는 430개 퇴직연금 펀드의 설정액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1조333억원 증가했다. 퇴직연금 펀드 설정액은 작년 10월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말 11조8054억원까지 불어나 12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올 들어 한 달 평균 순유입액은 5167억원으로 작년 월평균 순유입액(1404억원)의 세 배가 넘는다.

퇴직연금 펀드가 연초부터 인기를 끄는 것은 이례적이란 게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이다. 작년 1월엔 퇴직연금 펀드에서 232억원이 빠져나갔다. 연말정산하는 시기에 납입액을 늘려 세금을 더 많이 환급받으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연말에 자금 유입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지만 올해는 인기가 연초까지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절세 혜택을 보는 대상이 확대되면서 자금이 더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작년 7월 IRP 가입 대상을 공무원, 사립학교 교사, 군인 등으로 넓혔다. 가입 대상이 늘어나자 신규 고객을 유치하려는 증권업계 움직임도 활발해졌다.류경식 미래에셋자산운용 연금마케팅부문장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자)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IRP 가입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퇴직연금 펀드 성적도 좋다. 2016년 연간 1.10%에 그쳤던 수익률이 지난해 7.04%로 개선됐다.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증시가 작년 한 해 상승세를 이어간 영향이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2.27% 하락하는 등 조정장이 나타났지만 퇴직연금 펀드는 0.13%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가 1.71%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퇴직연금 펀드 가운데 최근 5년 기준 장기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는 ‘피델리티퇴직연금글로벌’이다. 최근 5년간 74.71% 수익을 냈다. 이 펀드는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를 가리지 않고 투자금을 배분한다. 분산투자로 변동성을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게 운용 전략이다. 자체 포트폴리오 규정에 따라 특정 자산이나 국가에 자금이 몰리지 않도록 한다.배당주와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펀드도 높은 장기 수익률을 기록했다. ‘신영퇴직연금배당’은 최근 5년 기준 58.85% 수익을 올렸다. ‘삼성퇴직연금코리아중소형’(최근 5년 수익률 37.58%), ‘NH-아문디 퇴직연금 고배당’(33.34%) 등도 높은 수익을 거뒀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도 좋았다. ‘삼성퇴직연금GREATCHINA’ ‘미래에셋퇴직플랜아시아퍼시픽’ ‘슈로더차이나퇴직연금밸런스드’ 등이 최근 5년간 30%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IRP는 주식형 펀드 등 위험 자산 투자 한도가 최대 70%다. 류두형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연금솔루션센터 팀장은 “퇴직연금은 오랜 기간 운용해야 하는 특성이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펀드를 고르는 게 유리하다”며 “가입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신흥국펀드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였다가 은퇴가 다가올수록 안정성이 높은 채권혼합형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고려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