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비핵화 로드맵, 과거 전철 밟지 않을 장치 있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대북(對北) 특별사절대표단이 어제 서울로 돌아왔다. 특사단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한반도 비핵화(非核化) 로드맵’을 담은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뒤 북측과 1박2일 동안 논의를 벌였다. 비핵화 로드맵은 “대화 입구는 핵 동결, 출구는 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2단계 구상으로, 문 대통령이 지난해 제시했다.

특사단은 북한과 4월 말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합의를 이뤘다.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북한의 뜻도 전달받았다. 특사단은 이번 주 후반에는 미국을 방문해 방북 내용을 설명하고 북·미 대화 가능성을 타진할 예정이다.특사단의 성과를 지금 예단하기는 어렵다. 대화든 제재든 궁극적 목표는 북한 비핵화인데, 숱한 난관이 앞쪽에 기다리고 있어서다. 정상회담 개최가 진전일 수 있지만, 최종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완성하지 못하면 과거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주 “25년 동안 대화해왔지만 북한은 합의 다음 날부터 핵 연구를 시작했다”며 전임자들의 실패를 꼬집었다. “CVID 원칙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백악관 발표는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완전하고(complete), 검증 가능하며(verifiable),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핵 폐기(denuclearization)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1993년 1차 북핵 위기 때부터 시간끌기용 협상을 벌이며 핵 개발을 계속했다. 2003년 2차 북핵 위기 뒤에는 6자회담을 하면서 핵실험을 준비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번에 “대화하는 동안 추가 핵실험 등 도발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과거 전례를 볼 때 유엔 결의에 따른 국제제재로 어려움을 겪자 지원을 얻어내고 제재를 완화해보려는 속셈이 아니라는 보장이 없다. 어떻게든 한·미 공조의 틈새를 벌리려는 전략일 가능성도 있다. 지난 25년의 북한 비핵화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