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화장품은 SNS로 사고 여행은 태국·일본으로 가는 '유커'
입력
수정
中관광객, 한국 선호도 2위→9위 하락"립 제품 168위안. 슬리핑팩 180위안 입니다."
"3월18~27일 한국 갑니다. 리스트 보고 개인 메시지 주세요."
"가품은 절대 판매하지 않습니다."
중국 보따리상으로 불리는 '따이공'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이같이 제품 가격과 사용 후기 등을 직접 올리면 구매자들이 주문 방법과 절차를 자세히 묻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중국 내 '구매대행'이 활발해지고 있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국 웨이보 등 SNS를 통한 '구매대행'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화장품의 경우 중국 매장에서 구매하면 한국보다 비싼 데다 가품에 대한 불신 탓에 따이공의 활동 폭이 더욱 넓다.
과거에는 직접 한국에 방문해 화장품을 사는 것이 여행 일정에서 필수 코스였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방한 외국인(1724만1823명) 중 중국인(806만7722명)이 절반(46.7%)에 달했다. 당시 한국관광공사 조사 결과 여행객의 한국 선택 고려 요인 1위는 쇼핑(67.3%)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인해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쇼핑 행태도 뒤바꼈다. 화장품 등을 대리 구매하는 소비 행태가 늘어난 것이다. 평소 갖고 싶었던 한국 화장품은 SNS에서 구입하고, 실제 여행은 동남아로 떠나는 유커들이 부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 관광연구원과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CTrip)이 공동으로 발표한 '2017년 중국 해외여행 빅 데이터 보고서' 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여행지는 태국,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미국, 한국, 몰디브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 선호도는 기존 2위에서 9위로 크게 떨어졌다.
이 보고서는 "비자와 환율, 항공기 스케줄 등이 여행 수요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국가들 중 증감폭으로 한국이 가장 컸다"고 밝혔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수혜를 입은 태국과 일본 등 동남아로 떠나는 유커들이 많다. 실제로 올해 설 명절에도 한국 대신 유커들은 동남아로 몰렸다. 지난달 중국 관광 연구원이 발표한 '2018 춘제 해외여행추세 예측보고'에 따르면 올해 설 예약 인기 여행지는 태국,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호주, 캄보디아 순이었다. 작년 3위를 기록한 한국은 올해 10위안에 들지 못했다.지난해 12월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중 해빙무드가 조성됐으나 유커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따이공이 증가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피해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당장 실적에는 도움이 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형적 판매 구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따이공들이 면세점에서 싸게 산 후 중국 현지에서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팔면서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고 있다. 특히 현지 고급화 전략으로 진출한 고가 브랜드의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