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오를땐 '묵묵부답'… 주가 떨어지자 "안희정과 연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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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2
현장에서
대주산업·백금T&A 등
안 전 지사 성추문으로
주가 된서리 맞자 부인 공시
김우섭 증권부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공장이 충남 서천 장항읍에 있지만 사업 진행은 지역과 무관합니다.”(지난 6일)코스닥 상장사 대주산업은 2016년 주당 1000원 안팎에 머물다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작년 2월10일 4245원까지 치솟았다.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100배를 훌쩍 넘겼다. 매출이 수년째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기업의 ‘이상급등’이었다.
대주산업이 이때 수직 상승한 건 이 회사 공장이 충남에 있다는 이유로 ‘안희정 테마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테마주는 해당 종목이 특정 이벤트나 유력인사와 연관이 있다는 이유로 급등락하는 종목이다.
한국거래소는 작년 2월 주가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지자 이 기업에 연락해 사실관계를 해명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이 회사는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중요한 사항이 없다고 공시했다.비슷한 요청을 받은 전자장비 업체 백금T&A나 자동차 부품 업체 청보산업 역시 특별히 알릴 것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 시기에 KD건설 등 안희정 테마주로 묶인 일부 기업이 주가 하락을 감수하고 안 지사와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별도 공시를 낸 것과 대조적이었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해당 기업들은 지난 5일 안 전 지사의 정무비서 성폭행 논란이 불거진 다음날 주가가 줄줄이 20% 이상 급락하자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6일 장중에 “일면식이 없다”거나 “사업적 관련성이 없다”는 등 구체적인 답변으로 안 전 지사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선 “주가가 오를 때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공시를 했다면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아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적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선거 때마다 급등락을 반복하며 ‘비극적 결말’로 치닫는 정치테마주 투자의 피해자는 개인투자자들이다. 거래소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정치테마주 16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 비율은 전체의 99.6%에 달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기업이 제대로 된 정보를 알리지 않고, 오히려 이를 이익 편취의 기회로 삼는다면 피해를 입는 개인투자자들이 계속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