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확산되는 미투…"승승장구하는 모습 역겨워"
입력
수정
전방위적으로 고발 이어져…익명 폭로 속 엉뚱한 피해자 나오기도문단과 연극에서 출발한 문화계 성폭력 고발 운동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연예계에 상륙하면서 자고 나면 새로운 폭로를 낳고 있다.얼굴이 잘 알려져 있고, 대중에게 영향력이 큰 스타들을 겨냥한 미투 고발이 이어지면서 연일 강도 높은 충격이 전해진다.
연예계가 '오늘은 또 누가?'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폭로는 최근 일부터 수십년 전 일까지 시기 불문 터져나오고 있고 가해자가 부인을 하면 추가 폭로가 나오는 양상으로 전개된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익명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엉뚱한 사람이 가해자로 지목되는가 하면, 마녀사냥식 '묻지마 폭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이미지가 생명인 연예인의 특성상 일단 이름이 거론되는 순간 진위와 상관없이 낙인이 찍힌다.◇ "왜 나만 바보같이 살았나 싶다"
"조재현 씨가 나와서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면 역겹고 무섭고 바들바들 떨려요.
김기덕 감독님도 상을 많이 받았죠. 세상이 왜 이렇지, 왜 저런 사람이 상을 받지, 내가 더 버텼어야 했나 이런 생각이 들고 그 당시에 뛰쳐나오지 못한 것이 실수구나 하는 죄책감이 들어요."
지난 6일 밤 방송된 MBC TV 'PD수첩'에서 영화감독 김기덕과 배우 조재현에게 잇따라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한 여배우의 고백이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했다는 이 여배우의 고백이 던져준 충격은 지금껏 연예계에서 나온 미투 폭로 중 가장 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촬영장 자체가 지옥이었다고 돌아봤고, 가해자들이 영화 촬영이 아니라 성관계를 목적으로 달려드는 하이에나 같았다고 밝혔다.연예계 미투에 목소리를 내는 피해자들의 심정은 모두 이와 비슷하다.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들은 잘못한 것 없이 죄의식과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데, 특히 연예계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계속 스포트라이트와 대중의 환호를 받고 살아가는 모습에 괴로워한다.배우 조민기에 대한 미투 폭로도 그가 새로운 드라마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분개한 한 피해자가 올린 글에서 시작돼 일파만파 퍼졌다.
연합뉴스에 20여년 전 코미디언 A씨로부터 '감금, 협박, 성추행을 당했다'고 제보한 B씨 역시 "그 일을 당한 후 사흘간 가위에 눌려 끙끙 앓았다.
이후에도 고통 속에 살았다"면서 "그런데 A씨는 계속 활발히 활동했다.
왜 나만 이렇게 바보같이 사나 싶다"고 밝혔다.
B씨는 "A씨가 처벌 받기를 바란다기보다, A씨가 실제로는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며 "그동안은 잊고 살자고 생각했지만 요즘 미투 운동을 보면서 나도 용기 내서 고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우 C씨에게 과거 노래방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지난달 말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D씨 역시 C씨가 그런 일을 해놓고도 TV에 나와 가정적이고 다정한 남자인 것처럼 행동하고, 계속 연기를 하는 모습에 화가 나 미투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 익명의 한계…묻지마 폭로 위험도
위에서 거론한 코미디언 A씨와 배우 C씨의 경우, 이들이 혐의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반발하고, 해당 사건이 오래전 일이라 증거가 없으며 피해자가 익명으로 제보하는 등의 문제로 실명을 공개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연예인을 겨냥한 미투 폭로가 인터넷에서 이어지고 있지만 제보자도 익명이고, 가해자의 이름 역시 이니셜이나 알파벳 등으로 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폭력 피해를 당했지만, 가해자의 실명을 공개했을 경우 명예훼손 등 오히려 자신이 피해를 입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익명 폭로로 인해 가해자의 이름이 드러나는 경우에도 가해자는 대부분 처음에 "사실무근"이라고 대응한다.
그런 가해자의 대응에 분개한 또다른 추가 폭로가 나오면 미투 폭로에 힘이 실리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한 사람의 메아리 없는 익명 폭로로 그치게 된다.조민기, 조재현, 오달수, 남궁연 등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가 폭로를 불렀으나 곽도원이나 C씨의 경우는 "사실무근"이라는 반발 속 추가 폭로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추가 폭로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일단락되는 것은 아니다.
곽도원과 C씨는 미투 폭로에 이름이 거론된 것만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일각에서는 성폭력이 아닌 다른 문제로 연예인에게 원한을 가지고 흠집을 내려는 시도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자신이 당한 일이 아닌 풍문을 댓글로 다는 무책임한 고발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미투 운동은 계속돼야 하지만, 미투의 본질을 흐리는 묻지마 폭로도 감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루머를 전하는 수준이거나, 전혀 다른 이유로 원한을 산 연예인에게 앙심을 품은 거짓 폭로도 익명 뒤에 숨어 나오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7일에는 보컬 그룹 2AM 출신 이창민이 미투 가해자로 오인되는 소동도 벌어졌다.
한 매체가 익명의 미투 폭로를 보도했는데, 그 가해자로 이창민이 지목되자 소속사가 근거 없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응하겠다고 반박했다.
심지어 해당 매체 역시 이창민이 가해자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앞서 6일에는 '개그맨 이모씨'를 지목한 13년 전 성폭행 고발 보도가 나오자 이씨 성을 가진 남자 개그맨의 이름이 대부분 인터넷에서 거론되기도 했다.
이 경우도 익명의 제보이고, 가해자로 지목된 개그맨이 "허위사실"이라고 반발하면서 실명이 드러나지 않았다.◇ 전방위로 고발 확산…진정한 사과와 반성 요구
일부 부작용이 우려되고, 폭로가 가해자의 처벌로 잘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회의도 나오지만 연예계 미투 운동은 그럼에도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10~20년 전 일이지만 지금이라도 고발하고 싶다는 목소리와 함께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용기를 내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
7일에도 개그맨 E로부터 2011년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의 미투 고발이 나오는 등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각종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배우, 가수, 개그맨, PD, 감독, 뮤지션 등 분야를 막론하고 미투 고발이 나오는 분위기다.
자신의 경험을 고발하는 피해자들은 이구동성 가해자들의 반성을 요구한다.
하지만 가해자의 진정성 없는 사과에 2차로 상처를 입기도 한다.
오달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연극배우 엄지영은 오달수의 사과가 나왔지만 지난 6일 SBS TV '본격연예 한밤'과의 인터뷰에서 "오히려 (오달수) 본인이 피해자라 말한다고 느꼈다"고 토로했다.엄지영은 "'난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이야기 등 자신을 겸허한 사람이라 미화하고 있다"면서 "처벌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잘못된 행동이란 걸 사람들이 알 수 있으려면 내가 (수사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우 최일화, 최용민, 한재영 등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사과한다"고 말한 부분 역시 도마 위에 오른다.
사실 큰 잘못은 안했지만 물의를 일으켜 미안하다고 퉁 치는 인상을 준다는 지적이다.구체적인 잘못에 대한 구체적인 사과와 반성을 회피하는 행동으로 피해자들이 다시 상처를 입는다.
/연합뉴스
연예계가 '오늘은 또 누가?'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폭로는 최근 일부터 수십년 전 일까지 시기 불문 터져나오고 있고 가해자가 부인을 하면 추가 폭로가 나오는 양상으로 전개된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익명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엉뚱한 사람이 가해자로 지목되는가 하면, 마녀사냥식 '묻지마 폭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이미지가 생명인 연예인의 특성상 일단 이름이 거론되는 순간 진위와 상관없이 낙인이 찍힌다.◇ "왜 나만 바보같이 살았나 싶다"
"조재현 씨가 나와서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면 역겹고 무섭고 바들바들 떨려요.
김기덕 감독님도 상을 많이 받았죠. 세상이 왜 이렇지, 왜 저런 사람이 상을 받지, 내가 더 버텼어야 했나 이런 생각이 들고 그 당시에 뛰쳐나오지 못한 것이 실수구나 하는 죄책감이 들어요."
지난 6일 밤 방송된 MBC TV 'PD수첩'에서 영화감독 김기덕과 배우 조재현에게 잇따라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한 여배우의 고백이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했다는 이 여배우의 고백이 던져준 충격은 지금껏 연예계에서 나온 미투 폭로 중 가장 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촬영장 자체가 지옥이었다고 돌아봤고, 가해자들이 영화 촬영이 아니라 성관계를 목적으로 달려드는 하이에나 같았다고 밝혔다.연예계 미투에 목소리를 내는 피해자들의 심정은 모두 이와 비슷하다.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들은 잘못한 것 없이 죄의식과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데, 특히 연예계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계속 스포트라이트와 대중의 환호를 받고 살아가는 모습에 괴로워한다.배우 조민기에 대한 미투 폭로도 그가 새로운 드라마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분개한 한 피해자가 올린 글에서 시작돼 일파만파 퍼졌다.
연합뉴스에 20여년 전 코미디언 A씨로부터 '감금, 협박, 성추행을 당했다'고 제보한 B씨 역시 "그 일을 당한 후 사흘간 가위에 눌려 끙끙 앓았다.
이후에도 고통 속에 살았다"면서 "그런데 A씨는 계속 활발히 활동했다.
왜 나만 이렇게 바보같이 사나 싶다"고 밝혔다.
B씨는 "A씨가 처벌 받기를 바란다기보다, A씨가 실제로는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며 "그동안은 잊고 살자고 생각했지만 요즘 미투 운동을 보면서 나도 용기 내서 고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우 C씨에게 과거 노래방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지난달 말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D씨 역시 C씨가 그런 일을 해놓고도 TV에 나와 가정적이고 다정한 남자인 것처럼 행동하고, 계속 연기를 하는 모습에 화가 나 미투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 익명의 한계…묻지마 폭로 위험도
위에서 거론한 코미디언 A씨와 배우 C씨의 경우, 이들이 혐의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반발하고, 해당 사건이 오래전 일이라 증거가 없으며 피해자가 익명으로 제보하는 등의 문제로 실명을 공개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연예인을 겨냥한 미투 폭로가 인터넷에서 이어지고 있지만 제보자도 익명이고, 가해자의 이름 역시 이니셜이나 알파벳 등으로 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폭력 피해를 당했지만, 가해자의 실명을 공개했을 경우 명예훼손 등 오히려 자신이 피해를 입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익명 폭로로 인해 가해자의 이름이 드러나는 경우에도 가해자는 대부분 처음에 "사실무근"이라고 대응한다.
그런 가해자의 대응에 분개한 또다른 추가 폭로가 나오면 미투 폭로에 힘이 실리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한 사람의 메아리 없는 익명 폭로로 그치게 된다.조민기, 조재현, 오달수, 남궁연 등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가 폭로를 불렀으나 곽도원이나 C씨의 경우는 "사실무근"이라는 반발 속 추가 폭로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추가 폭로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일단락되는 것은 아니다.
곽도원과 C씨는 미투 폭로에 이름이 거론된 것만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일각에서는 성폭력이 아닌 다른 문제로 연예인에게 원한을 가지고 흠집을 내려는 시도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자신이 당한 일이 아닌 풍문을 댓글로 다는 무책임한 고발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미투 운동은 계속돼야 하지만, 미투의 본질을 흐리는 묻지마 폭로도 감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루머를 전하는 수준이거나, 전혀 다른 이유로 원한을 산 연예인에게 앙심을 품은 거짓 폭로도 익명 뒤에 숨어 나오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7일에는 보컬 그룹 2AM 출신 이창민이 미투 가해자로 오인되는 소동도 벌어졌다.
한 매체가 익명의 미투 폭로를 보도했는데, 그 가해자로 이창민이 지목되자 소속사가 근거 없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응하겠다고 반박했다.
심지어 해당 매체 역시 이창민이 가해자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앞서 6일에는 '개그맨 이모씨'를 지목한 13년 전 성폭행 고발 보도가 나오자 이씨 성을 가진 남자 개그맨의 이름이 대부분 인터넷에서 거론되기도 했다.
이 경우도 익명의 제보이고, 가해자로 지목된 개그맨이 "허위사실"이라고 반발하면서 실명이 드러나지 않았다.◇ 전방위로 고발 확산…진정한 사과와 반성 요구
일부 부작용이 우려되고, 폭로가 가해자의 처벌로 잘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회의도 나오지만 연예계 미투 운동은 그럼에도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10~20년 전 일이지만 지금이라도 고발하고 싶다는 목소리와 함께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용기를 내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
7일에도 개그맨 E로부터 2011년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의 미투 고발이 나오는 등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각종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배우, 가수, 개그맨, PD, 감독, 뮤지션 등 분야를 막론하고 미투 고발이 나오는 분위기다.
자신의 경험을 고발하는 피해자들은 이구동성 가해자들의 반성을 요구한다.
하지만 가해자의 진정성 없는 사과에 2차로 상처를 입기도 한다.
오달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연극배우 엄지영은 오달수의 사과가 나왔지만 지난 6일 SBS TV '본격연예 한밤'과의 인터뷰에서 "오히려 (오달수) 본인이 피해자라 말한다고 느꼈다"고 토로했다.엄지영은 "'난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이야기 등 자신을 겸허한 사람이라 미화하고 있다"면서 "처벌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잘못된 행동이란 걸 사람들이 알 수 있으려면 내가 (수사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우 최일화, 최용민, 한재영 등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사과한다"고 말한 부분 역시 도마 위에 오른다.
사실 큰 잘못은 안했지만 물의를 일으켜 미안하다고 퉁 치는 인상을 준다는 지적이다.구체적인 잘못에 대한 구체적인 사과와 반성을 회피하는 행동으로 피해자들이 다시 상처를 입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