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더 지켜보겠다"·STX "또 고비"… 노조, 투쟁 선언

정부채권단 결정에 회사마다 입장 다르고 노사 입장 큰 차이

정부와 채권단이 8일 경영난을 겪는 중견 조선사인 성동조선해양에 대해서는 법정관리를, STX조선해양은 자구안 이행을 전제로 한 자력생존 쪽으로 결정을 내리자 두 회사 직원들은 크게 술렁였다.정부와 채권단이 두 회사에 적용한 해법은 달랐다.

그러나 법정관리든, 자력생존이든 추가 자금 지원없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방침에 두 회사 직원들 모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노조를 중심으로 성동조선해양 직원들은 이번 정부와 채권단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성동조선 노조 관계자는 "그간 여러 차례 수주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채권단에서 '저가수주'라는 핑계로 많이 막았다"며 "사실상 채권단이 전권을 쥐고 경영에 개입한 상황에서 법정관리를 통한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들에게 고통이 전가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정관리의 핵심은 구조조정인데 회사가 살아나더라도 결국 누군가는 회사를 나가야한다"며 "이참에 정리할 건 정리하면서 부채비율을 줄이며 채권단이 보기좋은 그림을 그리려는 것이지, 회사와 직원을 위한 결정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성동조선 사측은 언론보도 외에 수출입은행 등 채권기관으로부터 법정관리와 관련해 따로 통보받은 내용이 없어 향후 추이를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회사 관계자는 "아직 회사 차원의 공식 입장이나 향후 대응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정부에서 추가 브리핑을 한다고 하니 조금 더 지켜보고 그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입장정리가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STX조선해양은 정부와 채권단이 회사를 살리기로 했다는 방침에는 일단 안도했다.

그러나 동시에 자력 생존 조건으로 한달 내에 고강도 인력감축을 골자로 하는 자구안 제출을 요구하자 또다시 구조조정 회오리가 몰아칠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2013년 12월 기준 STX조선해양 직원은 3천400여 명이었다.

이후 희망퇴직이 계속 이어지고 법정관리까지 거치면서 인력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연말에도 70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현재 직원 수는 생산직 695명, 사무기술직 630명 등 1천325명에 불과하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2천 명 넘게 인력을 감축했는데 정부와 채권단이 더 줄일 여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며 "한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힘든 고비가 또 닥쳤다"고 말했다.

노조원인 한 생산직 직원은 "지난해 산업은행이 선박 수주에 꼭 필요한 선수금 환급보증서 발급을 질질 끌며 고정비 삭감을 강요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STX조선 수주잔량은 16척으로 2019년 3분기까지 일감이 남아 있다.

올해 수주목표는 20척이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 성동조선에 대한 법정관리, STX조선의 고강도 인원 감축 결정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규탄했다.금속노조는 "금융 논리로 조선산업을 재단하며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노동자들의 희생만을 요구하는 결정"이라며 "조선산업을 파국으로 내모는 정부와 국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 맞서 결연하게 투쟁하겠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