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 행정부담 줄고 R&D 평가·관리 간소화된다

정부가 1년 단위로 연구과제를 평가하는 현행 평가 방식을 폐지하기로 했다. 연구자들이 연구에만 집중하도록 연구비 지출 증빙을 간소화하고 20개에 이르는 연구과제관리시스템을 2020년까지 통합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은 8일 서울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제3차 규제혁파를 위한 현장대화’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혁신성장을 위한 국가 연구개발(R&D) 분야 규제혁파 방안’을 발표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자리에서 연구자의 연구 의지를 꺾는 현행 R&D 프로세스의 규제 혁파 방안과 부처별로 산재한 연구관리 시스템을 통합하겠다고 보고했다.

우선 1년 단위로 연구 과제 진행 상황을 평가하는 연차 평가가 폐지된다. 그동안 과학계에서는 1년 단위의 잦은 평가로 과학자들의 행정부담이 커 연구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지적해왔다.

정부는 그간 키워드가 같은 주제 연구는 원천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창의적인 경쟁을 확산하기 위해 동일한 주제라 하더라도 연구방식과 전략, 목표가 다를 경우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시장과 기술 개발 환경이 바뀌면 연구자가 자발적으로 연구를 중단하는 것도 허용된다. 이전에는 3년 단위 연구 과제를 할 경우 다른 나라가 관련 분야를 선점하는 등 연구 필요성이 줄어도 무조건 과제를 끝내야 했다. 통상 국내 논문 10건 중 2건 정도만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 현장에서는 시장 환경이 수시로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뒤떨어지는 제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학 선진국처럼 연구자는 연구에만 집중하고 행정업무는 전문 행정직원이 맡도록 연구비 관리행정 제도도 개편한다. 물량과 단가를 일일이 곱해서 명기하는 소요명세서 작성을 폐지하고 세부 인건비와 연구비 세부 항목도 총액만 기재해 보고하도록 연구 관리를 간소화한다. 연구가 실패해서 금전적인 손실이 나더라도 고의적인 중과실이 아니면 연구관리기관이 연구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부처별 연구비 사용 기준과 운영방침이 다른 R&D 제도와 시스템도 통합된다. 임대식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금년 내 연구비 관리카드를 2개로 통합하고 20개에 이르는 과제관리시스템을 2020년까지 통합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