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큐! IPO] JTC "2022년 매출 1조 달성…맞춤형 점포·PB제품 전략"

# 1층에 들어서자 홍콩에서 인기를 끈다는 쥬얼리 브랜드 '주대복'이 보인다. 2층엔 한국 관광객들이 기모노를 입고, 셀카를 찍고 있다. 일본 차문화 '다도'를 체험하는 중국 관광객들의 모습도 보인다. 고세 시세이도 가네보 DHC 등과 같은 브랜드도 눈길을 끈다. 3층엔 드럭스토어, 생활광장이 행사를 벌이고 있다.

구철모 JTC 대표이사. (사진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JTC가 운영하는 오사카 도톤(DOTON) 플라자 쇼핑몰의 모습이다. 지난해 4월 오사카시 츄오구에 문을 연 쇼핑몰로, 총 매장 면적 5950㎡(1800평)의 3층 규모다. JTC면세점은 텍스프리(사후면세점)을 운영해 여행사 패키지 관광객이 주요 고객이지만, 도톤 플라자엔 하루 평균 500명 가량 자유관광객도 방문한다.

구철모 JTC 대표(사진)는 "도톤 플라자는 일본 현지 면세점 중 단일 매장으로는 가장 큰 규모"라며 "오사카가 중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골든루트에 포함돼 있다는 것을 감안해 최대 규모로 매장을 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든루트는 도쿄 후지산 교토 오사카를 거치는 관광코스다.

JTC는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사후면세점(Tax Free)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1993년 오이타현 벳푸시에서 첫 점포를 연 후 현재 24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2016년(2016년 3월~2017년 2월)엔 매출액 5332억원,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4165억원을 기록했다.JTC는 도톤프라자를 포함해 종합면세점인 'JTC', 고급브랜드 취급하는 '라쿠이치', 화장품 전문점 '쿠스킨', 생활용품 판매점 '생활광장', 보석시계 전문점 '아카주얼리'로 총 6개 브랜드를 갖추고 있다.

지역마다 각 점포의 크기와 구성 브랜드는 관광객 특성에 맞춰 조정했다. 도쿄점엔 JTC면세점 아카주얼리 쿠스킨 3개 점포가 있다. 2015년 도쿄 신주쿠와 신바시에 각각 아카주얼리, 쿠스킨을 추가했다. 보석류를 선호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도쿄를 많이 찾는다는 점을 반영했다.

직접 관광객별 취향을 몸소 느끼면서 노하우를 터득한 덕분이라고 그는 설명했다."처음 벳푸점을 운영할 땐 사장 겸 매장 직원, 경리로 일하면서 8년간 직접 매장 문을 열고 닫았습니다. 자연스럽게 관광객 별로 선호하는 화장품이나 과자 등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고객 취향을 빨리 파악할 수 있는 '제3의 눈'이 생긴 셈이죠. 각 지역별 매장의 특성을 살리는 노하우로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또 고객들이 구매를 원하는 제품에 대해서도 빠르게 알 수 있었다. 이는 자체상표(PB) 상품 확대로 이어졌다.

"매장에서 해초크림을 찾는 손님이 있으면 판매하는 업체의 제품을 구해서 팔았습니다. 점차 매출이 느는 걸 확인하면서 직접 제조사와 연락해 PB제품을 만들어 판매했어요. 매장 수가 늘어나면서 10만개 정도는 팔 수 있는 역량도 갖춰졌습니다. PB제품이 곧 다른 면세점과의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였던 만큼 점차 PB제품을 다양하게 늘려왔습니다."2005년 DR.BK 건강식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제조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2007년 신일본제약 인수도 OEM을 위해 진행했다. 현재 350여개 PB제품을 갖추고 있다. 34만엔(약 34만원)에 판매되는 게르마늄팔찌 등을 포함한 DR.BK제품의 판매 비중은 전체 매출의 34.4%(2017년 3분기 기준)에 달한다.

구 대표는 "게르마늄팔찌는 10여년 전부터 판매해왔는데 아직도 인기있는 품목 중 하나"라며 "일본 현지 다른 사후면세점과는 달리 PB상품이 비중이 높아 영업이익률도 견조한 편"이라고 말했다. JTC의 전체 매출 중 PB상품 매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58.6%다. 같은 시기 영업이익률은 6.1%다.
오사카 도톤프라자 전경. (자료 = JTC)
◆"2011년 일본 대지진, '중국 관광객 유치' 기회로"

PB제품 외에 중국인 관광객 유치가 회사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JTC의 매출액은 2014년 2931억원에서 2015년 6266억원으로 2배 넘게 뛰었다.

"2011년 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에 관광객을 볼 수 없었을 정도로 위기가 닥쳤습니다. 길거리에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을 정도'였기 때문에 영업하는 것에도 의미가 없었죠. 그 길로 직원들에게 3개월 유급휴가를 주고, 바로 중국으로 떠났습니다. 당시 주요 고객층이던 한국 외에 다른 국가의 관광객도 유치해 다변화하기 위해서였죠. 2010년 일본에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보다 40%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중국에서 중국어를 두 달간 배우고, 중국 여행사 사람들을 직접 만나 패키지 관광객을 유치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은 현금성 자산을 대비해 놓았기 때문이다. 구 대표는 "관광업 특성상 자연재해, 정치 이슈 등 외부적인 요소로 영향을 받는 만큼 이에 대비해 500억~600억원 규모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2011년 대지진 당시엔 동경 전력으로부터 보상금 6억엔을 받는 등 일본 정부의 제도적 도움도 있었다"고 했다.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늘어나면서 매출이 급증하게 됐다. JTC의 국가별 관광객의 매출 비중(2016년 기준)은 중국 81.8%, 한국 14%로 중국 관광객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구 대표는 "일본 대지진외에도 리먼사태 센카쿠열도 등 대외이슈를 겪으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며 "관광객들이 다시 물밀듯이 들어오는 데 3~6개월 정도면 회복된다는 것을 몸소 경험한 덕에 25년간 적자 한 번 없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JTC는 창사 이후 희망퇴직을 시행한 적이 없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임시직(270명)을 포함해 총 967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JTC는 이번 코스닥 상장 자금으로 일본 내 점포 확장과 한국 진출에 활용할 계획이다. 일본 동일본·쿠슈지역 점포 출점과 국내 제주도·부산 등 크루즈 기항지 내 신규 점포에 투자할 예정이다.

구 대표는 "공모자금 절반은 일본 점포를 확대하는 데 사용하고, 절반은 한국 진출에 사용할 계획"이라며 "일본 여행이 도시에서 지방으로 많이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매장을 2020년까지 14개를 추가해 총 38개 점포를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또 한국에도 사후면세점 점포를 3곳 열기 위해 한국인 직원을 100여명 가량 뽑을 예정이다. 그는 "한국 지사를 만들어 직원들을 뽑고 있는데 아직 우리회사를 모르는 젊은이들이 많다"며 "상장을 통해 유능한 인재를 뽑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JTC는 일본 기업으로는 6년 만에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 구 대표가 일본 자스닥 대신 코스닥 상장을 결심한 데에는 김재준 전 코스닥위원장의 방문이 결정적이었다. 작년 김재준 전 위원장은 JTC 면세점 후쿠오카 본사와 매장을 직접 둘러봤다.

"김재준 위원장이 직접 회사와 매장을 방문한 것은 일본에선 있을 수 없는 일로 솔직히 감동을 받았습니다. 일본에선 증권거래소 영업맨들이 간혹 회사에 방문할 정도죠. 김 위원장이 IR 담당자나 투자자들보다 더 심층적인 질문도 많이 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거래소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 위원장이 상장을 당부하면서 코스닥 상장으로 결심을 굳히게 됐어요."

구 대표는 "코스닥 상장사라는 점을 앞세워 동남아 관광객 유치 등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며 "2022년까지 매출 1조원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JTC는 20~21일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공모가를 확정할 계획이다. 26~27일 공모 청약을 받고 다음달 초 코스닥에 입성한다. 주당 공모희망가는 6200~7600원, 공모금액은 653억~801억원이다. 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