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상반기 채용시즌 막 올랐다…"작년과 비슷한 규모"

롯데·신세계·CJ·현대百 등 '블라인드 채용' 확대…AI로 자소서 평가

유통업계의 올해 상반기 채용시즌이 본격 시작됐다.최근 유통업계는 정부의 각종 규제로 신규 출점이 제한되고 의무휴업이 확대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늘리기 정책 기조를 고려해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예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총수 구속'으로 위기에 처한 롯데그룹은 오는 20일부터 29일까지 원서접수를 시작으로 2018년 상반기 공채 모집을 시작한다.

지난해 상반기 7천200여명을 채용했던 롯데는 올해 상반기에는 30여개 계열사가 공채에 참여하며 구체적 채용 규모는 막판 조율 중이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7천∼7천500명 사이에서 신규채용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롯데그룹은 올 상반기 채용부터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통한 자기소개서(자소서) 평가를 처음 도입한다.

AI는 구직자가 롯데가 지향하는 인재상에 부합하는지와 함께 직무적합도, 표절 여부 등을 분석해 적합 인재 여부에 대한 기본자료를 제공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올해 채용규모가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화학, 관광서비스 등 성장 업종을 중심으로 청년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만명 이상을 채용해온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 오픈 등으로 대규모 채용박람회를 진행했던 2016∼2017년과 달리 올해는 대규모 점포 오픈은 없지만 1만명 이상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신세계는 별도의 상반기 공채는 없다.

대졸 신입사원 공채는 매년 9∼10월에 한 차례만 진행하기 때문에 상반기에는 17개 계열사에서 수시로 경력직을 중심으로 채용하게 된다.신세계는 대졸 채용의 경우 2014년부터 일종의 블라인드 면접인 '드림 스테이지'를 도입, 시행 중이다.

평가 과정에서 지원자의 잠재 역량에만 집중하기 위해 면접관들에게 출신 학교와 학과, 나이, 어학성적 등 개인 정보는 일절 제공되지 않는다.
지난 7일부터 오는 19일까지 13개 주요 계열사에서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을 공개 채용하는 CJ그룹은 올해 상·하반기 공채를 통해 1천여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선발할 예정이다.

일반 신입사원 전형과 함께 '리스펙트(Respect) 전형', '글로벌인재 전형', '전역(예정) 장교 전형', '인턴사원 전형', '해외 학부생 인턴 전형' 등 다양한 방식의 채용을 동시에 진행한다.

지원자들은 총 6개의 전형 중 자격에 맞는 전형을 선택해야 하며 중복 지원을 할 수 없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도입한 블라인드 방식 채용인 '리스펙트 전형'이 올해는 더욱 확대된다.

리스펙트 전형에서는 출신 학교, 학점, 영어 점수 등 일명 '스펙'으로 불리는 정보를 입사지원서에 일절 기재하지 않는다.

CJ그룹 채용 담당자는 "서류 전형 위원들은 지원자의 이름과 학교 등의 인적 사항 항목을 제외한 자기소개서만으로 평가하게 된다"며 "해당 직무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위원들의 눈에 들기 위해서는 지원한 직무에 본인이 얼마나 적합한 인재인지를 진정성 있게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 상반기에 지난해 상반기(약 1천950명)보다 60% 이상 늘어난 3천15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올해 전체로는 4천300여명 규모를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는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과 올해 하반기 오픈 예정인 현대백화점면세점 운영 인력 등이 포함돼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캠퍼스 리쿠르팅(현장 면접), 캠퍼스 리퀘스트(학교 추천), 워너비 패셔니스타(서류 접수) 3가지 방법으로 채용한다.

한섬, 리바트, 렌탈케어 등 계열사는 별도 채용 과정을 채택해 운영 중이다.

워너비 패셔니스타는 특정 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 출신의 지원자들에게 입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진행되는 서류 전형이다.

학교, 학점, 어학성적 등을 배제한 노스펙 전형으로, 지원자들은 현대백화점그룹 채용사이트에서 500자 내의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최대 10MB의 관련 파일을 등록해 본인을 알릴 수 있다.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되는 팀장 면접에서는 학교, 고향 등 출신뿐 아니라 지원자의 이름까지 삭제해 채용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게 된다고 현대백화점그룹은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