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신기루인가?… 상상력이 빚은 '미래 도시' 두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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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E1
모래 위에 세워진 '열망의 도시' 두바이
초고층 빌딩 분수 쇼, 사막의 석양, 인공섬… 꿈같은 하루가 간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金시장
소매점 300개… 곳곳이 '번쩍번쩍'


인공섬을 만들어 해안선을 늘리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세우고, 해저에 호텔을 짓는 것과 같은 꿈 같은 일들을 실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까 두바이는 창조적 상상력과 추진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한 중동 자본의 합작품이다. 두바이 중심을 가로지르는 셰이크 자이드 로드(Sheikh Zayed Road)를 따라 달린다.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은 도시의 마천루가 마치 심시티의 실사판을 보는 듯하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이곳이 모래바람 휘날리는 황무지였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어지지 않는 광경이다. 두바이의 신시가지는 세계 최초, 세계 최대, 세계 제일과 같은 화려한 수식어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무대다.
두바이의 영원한 상징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호텔, 아름다운 주메이라(Jumaeirah)의 해변, 전통시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수크 마디낫 주메이라(Souk Madinat Jumeirah), 인공수로를 따라 초호화 주거단지와 요트클럽 등이 모여 있는 두바이 마리나(Dubai Marina)까지 발 딛는 곳마다 놀라움의 연속이다. 바다도 예외는 아니다. 초승달과 야자수 모양으로 만들어진 팜 주메이라(Palm Jumeirah)를 필두로 팜 제벨 알리(Palm Jebel Ali), 팜 데이라(Palm Deira), 세계지도를 그대로 본떠 만든 더 월드(The World)와 같은 인공섬들이 두바이 앞바다를 스케치북 삼아 하나둘 그려지고 있다.세계 최고층 빌딩에서 즐기는 분수 쇼
눈이 휘둥그레지는 별천지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부르즈 칼리파(Burj Khalifa)다. 본래 두바이의 탑이란 의미의 부르즈 두바이(Burj Dubai)로 불렸지만, 개장 후 UAE 대통령의 이름을 딴 부르즈 칼리파로 명칭이 바뀌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층 건물인 부르즈 칼리파의 높이는 약 828m, 서울 롯데타워 1.5배에 달한다. 고개를 한껏 꺾어도 한눈에 담기가 버거울 정도다. 바로 옆에는 두바이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두바이 몰(Dubai Mall)이 있다. 축구장 50개 크기와 맞먹는 규모에 1200개가 넘는 상점과 200여 개의 레스토랑, 실내 아이스링크, 영화관은 물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아쿠아리움까지 갖춰진 복합 문화 공간이다.
두바이의 떠오르는 핫플레이스 알세르칼알 쿠오즈(Al Quoz) 지역에 있는 알세르칼 애비뉴(Alserkal Avenue)로 향한다. 이곳은 원래 공장과 카센터가 밀집해 있던 지역이었다. 2007년 투박하기만 하던 회색 컨테이너에 갤러리, 카페, 작업실, 공연장, 편집숍들이 들어서면서 예술 거리를 형성했고 현재는 중동 예술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세계적인 건축사 OMA가 설계를 맡은 콘크리트(Concrete)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네모난 건물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한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예술가들의 작품과 트렌디한 숍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알세르카 예술가들의 사랑방으로 통하는 A4 스페이스 카페, 중동 지역에서 나는 독특한 향신료를 섞어 만든 수제 초콜릿 가게 미르잼 초콜릿 팩토리, 친환경을 주제로 한 하피 카페(Hapi Cafe) 등이 유명하다.
전통 목선을 타고 떠나는 시간여행
이곳의 건물들은 상부에 하나같이 네모난 탑을 달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언뜻 보면 굴뚝같기도 하지만 고온 건조한 사막성 기후를 극복하기 위한 아랍인들의 지혜가 담긴 윈드 타워(Wind Tower)다. 타워의 구멍을 통해 들어온 뜨거운 바람이 건물 하부에 저장된 물을 만나 차가운 공기로 변환되면서 건물 전체를 시원하게 만든다. 일종의 천연 에어컨인 셈이다.
황톳빛의 전통가옥 사이로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이어진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사진과 회화, 조각 등 다양한 예술작품들로 꾸며진 갤러리를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땅거미가 내려앉자 골목은 주황색 가로등 불빛에 물들기 시작한다. 기도시간에 맞춰 들려오는 아잔 소리, 이슬람 전통 의상을 입고 돌길을 거니는 아랍인들의 모습이 신비로움을 더한다. 데이라 지역으로 가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한다. 단돈 1디르함(약 300원)을 내고 두바이 전통 목선인 아브라(Abra)에 올라탄다. 크릭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온 여행객과 상인들을 골고루 태운 아브라 수십 척이 둥둥 떠다닌다. 사공이 모터에 시동을 걸자 석유 냄새와 강바람이 뒤섞인다. 데이라 지역의 가장 큰 볼거리는 단연 전통 수크(Souk)다. 수크란 아랍어로 시장을 의미하는데 골드 수크(금 시장)와 향신료 시장이 대표적이다. 금의 도시라는 별명을 지닌 두바이답게 데이라의 골드 수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400여 개의 도매상과 300개의 소매점이 자리 잡고 있는데 시장 전체가 금, 은, 갖은 보석들로 번쩍번쩍 빛난다.
스릴 넘치는 사막 듄베이싱 그리고 황홀한 석양
두바이 국토의 98%는 사막이다. 휘황찬란한 빌딩 숲, 아름다운 해변, 역사 유적지도 좋지만 사막을 빼놓고는 두바이를 논할 수 없다. 사막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인기 좋은 것이 사막 사파리 투어다. 느지막한 오후 호텔로 픽업 나온 차를 타고 사막으로 향한다. 달린 지 채 30분도 되지 않아 현대 문명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주변은 온통 아득한 사막이다. 투어가 시작되는 장소에 도착하자 수백 대의 사륜구동 자동차들이 타이어에 공기를 빼느라 분주하다. 준비를 끝마친 자동차들은 모래바람을 휘날리며 사막 속으로 사라진다. 사막의 능선을 롤러코스터처럼 빠르게 타는 듄베이싱을 즐기고 나면 일몰을 감상할 시간이다.
두바이=글·사진 고아라 여행작가 minstok@naver.com여행 정보
에미레이트항공과 대한항공이 인천과 두바이를 잇는 직항을 매일 운행하고 있다. 소요시간은 약 10시간이다. 시차는 한국보다 5시간 느리다. 화폐 단위는 디르함이며 1디르함은 한화로 약 300원이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은 겨울에 해당하는 11월부터 3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