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불의 나라' 아제르바이잔, 타오르는 불 같은 '불꽃타워' 가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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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E6
아제르바이잔의 중심 바쿠
카스피해 연안 곳곳 유정들 분주
중심도시 바쿠엔 고층빌딩 즐비
저녁 하나 둘 켜지는 불빛 보석같아
전설 품은 '처녀의 탑' 메이든 타워
구시가지의 모습 한 눈에 펼쳐져
조로아스터교 상징 불 형상화한
푸른빛 '불꽃타워' 랜드마크
1만2000년 이상 된 소·말 등 암각
고부스탄 암각화 세계문화유산

옛 소련 연방에서 석유 나오며 주목받아모스크바를 떠난 비행기가 카스피해 연안 상공에서 착륙을 준비한다. 한국에서 이 캅카스 3국으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그래도 옛 소련 연방이었기에 모스크바를 거쳐 가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울 것이라 생각했다. 아제르바이잔 중심 바쿠에 첫발을 내디뎠다. 바다와 다름없어 보이는 거대한 내륙호인 카스피해 지역에서 엄청난 석유가 나오기 시작하자 그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이곳 아제르바이잔이 금값이 됐다.

이슬람교의 시아파에 속한다고는 하지만 사회주의 영향 때문인지 모스크는 별로 보이지 않고 예배 시간을 알리는 ‘아잔’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볼거리가 몰려 있는 성곽도시 옛도심 지역에 들어서야 낡은 건물들 사이의 골목길과 건축양식 등에서 조로아스터와 이슬람 문화의 냄새를 맡을 수 있어 여행자들의 기분을 들뜨게 한다.
‘옛날 옛적에 바쿠에 적들이 쳐들어왔다. 성을 둘러싸고 항복을 요구했지만 바쿠 사람들은 항복을 거부하고 싸우기로 했다. 적의 대장이 성으로 들어가는 물길을 찾아 끊어 성 안에 있는 사람들은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성 안 불의 사제들은 불의 신 아후라 마즈다에게 자신들을 살려 달라고 밤낮으로 기도했다. 그러자 다음날 메이든 타워 위로 신성한 불빛이 하늘에서 떨어지더니 불 속에서 한 여인이 나타났다. 이 여인은 매우 아름다웠고 머리카락은 불처럼 붉은색으로 타올랐다. 사람들에게 헬멧과 검을 달라고 한 여인은 곧장 성 밖으로 나가 적의 대장과 1 대 1로 맞짱을 뜬다. 치열한 대결 끝에 적의 대장은 말에서 떨어지고 여인이 그의 목에 칼을 겨눴다. “죽기 전에 나와 싸운 사람의 얼굴이라도 보고 싶다!”고 적장이 외치자 여인은 헬멧을 벗었다. 아름다운 붉은빛 머릿결과 함께 정체를 드러낸 미녀에게 첫눈에 반한 적장은 “바쿠의 모든 여자가 당신처럼 용감하다면 나는 영원히 바쿠를 정복할 수 없겠구려!”라며 여인에게 목숨을 살려달라고 빈 뒤 마치 막장드라마처럼 그 자리에서 청혼한다. 이 뜬금없는 상황에서도 여인은 그를 살려주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메이든 타워 위에 올라서서 주변을 살피다 보면 또 다른 형체가 유혹한다. 마치 타오르는 불꽃 같다 해서 ‘불꽃 타워’라 부르는 건물이 바로 그것이다. 조로아스터교의 상징인 불을 형상화한 이 건물은 푸른빛을 띤 세 동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곳의 또 다른 랜드마크다. ‘별 이상스러운 건물도 다 있구나’ 할 정도로 예술성이 돋보인다. 물론 이곳 바쿠에는 이 밖에도 알리예프 센터를 비롯해 독특한 건축미를 지니고 있는 건물이 많다. 서민들의 생활수준과는 별 상관없이 넘쳐나는 석유자본이 이뤄낸 것들일 것이다. 하지만 이방인에게는 시각적으로 깊은 인상을 준다.
선사시대 유적 고부스탄 암각화
돌아오는 길에 카스피해 주변을 살폈다. 여기저기 유정들이 들어서 있어 쉬지 않고 원유를 뽑아 올리고 있다. 부럽다고 생각하면서 가까이 다가서 석양빛에 물들어가는 카스피해를 배경으로 촬영하니 한 무리의 군인들이 달려들어 또 야단법석이다. 상부에 보고하고 찍었던 사진들을 지우고 겨우 빠져나왔다. 어디 이런 일들이 한두 번이던가. 날이 저물어 가면서 하나둘 켜져 가는 불빛들이 보석처럼 빛나 보인다.
여행메모국내에서 바로 가는 항공편은 없고, 모스크바를 거쳐 가는 아에로포르트항공이 편리하고 싸다. 물론 중국이나 카자흐스탄을 거쳐 가는 방법도 있다. 관광비자는 국내에서 받아 갈 수도 있지만, 요즈음은 바쿠 공항에 내리면 사진 1장과 20달러를 내고 현장에서 쉽게 받을 수 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공항 리무진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아제르바이잔은 마낫이라는 화폐를 사용하며 1마낫은 약 700원이다. 시내 교통은 지하철도 있고 시내버스도 편리하지만, 모두 교통카드를 구입해 사용해야 한다.
바쿠=글·사진 박하선 여행작가 hotsunny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