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소형항공사 매물로… 날개 못펴는 '하늘 위 택시'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 적자
수년째 취항 준비한 유스카이도
면허취득 못하고 재매각 돼
지난달 취항 에어포항 고객도 저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소형 항공사인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가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매물로 나왔다. 국내 항공시장이 커지면서 소형 항공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공급 과잉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는 항공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는 A업체에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금액은 100억원 안팎이다.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는 2005년 운송사업을 시작한 국내 최초 소형 항공사다. 이 회사는 브라질 엠브라에르에서 제작한 50인승 소형 항공기를 통해 양양~김해(부산), 양양~제주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이용 요금은 1인당 편도 기준으로 양양~부산 9만4000원, 양양~제주 9만9000원(주말 11만4000원)을 받고 있다.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는 ‘하늘 위 택시’를 표방하며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존 대형 항공사나 저비용항공사(LCC) 노선이 채우지 못한 틈새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용객은 예상과 달리 늘지 않았다. 2015년 잠시 운항을 중단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실무진 차원에서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매각설이 불거진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실제 인수합병 등의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을 기반으로 수년째 취항을 준비하던 유스카이항공도 설립자인 이덕형 전 대표가 지난해 횡령 및 사기 혐의로 구속되면서 끝내 날개를 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2004년 국내 첫 LCC인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을 설립한 인물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유스카이항공을 세우고 직원까지 채용한 상태에서 면허 취득에 실패하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유스카이항공은 유통전문 기업 더프라임에 인수된 이후 작년에 선박 투자 기업 제니스홀딩스로 재매각됐다.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첫 취항을 시작한 에어포항도 초반 성적표가 좋지 않다. 포항에 기반을 둔 에어포항은 캐나다 봄바디어사의 50인승 항공기(CRJ-200)로 포항~김포, 포항∼제주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전자부품업체인 동화전자가 약 300억원을 투자한 회사다. 그러나 당초 계획보다 에어포항의 운항증명(AOC) 발급이 지연되면서 투자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지만 소형 항공기 시장 진출을 위해 준비 중인 업체들이 줄을 서 있다. 광주광역시에 본사를 둔 장외주식 정보업체 필립에셋도 항공사 에어필립을 설립했다. 광주공항을 거점으로 부산 등에 취항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KTX 등 기존 교통수단이 채우지 못하는 지역에 소형 항공 수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전 준비 없이 무분별하게 뛰어들면 큰 낭패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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