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진 작가 7월까지 개인전…사진에 담긴 세상 만물의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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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진의 예술적 가능성을 넓혀온 이정진 사진작가(61)의 개인전 ‘에코-바람으로부터’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오는 7월1일까지 열린다.
지난 8일 개막한 이번 전시회에는 이 작가가 1990~2008년 작업한 11개의 아날로그 프린트 연작 사진작품 가운데 대표작으로 꼽히는 70여 점이 나왔다. 전시작은 모두 일반 인화지 대신 한지를 사용해 구현한 것들이다. 피사체를 흑백 필름으로 찍은 뒤 감광 유제를 한지에 발라 인화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한지 특유의 거칠고 아날로그적인 질감을 작품에 담기 위해서다. 전시작들은 아주 오래 전에 혹은 꿈에서 본 풍경인 듯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이 작가의 작품 속에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추상화의 점·선·면처럼 단순하고 감각적인 느낌의 돌, 지평선, 담벼락 같은 것들만 있다. 이 작가가 1991년 미국 횡단 여행을 했을 때 찍은 ‘미국의 사막Ⅰ 91-23’(사진)는 이런 그의 작품세계를 잘 보여준다. 몸을 웅크린 듯한 잿빛 덩어리가 사진 중앙에 덩그라니 놓여 있다. 그 아래에는 암석 부스러기들이 아무렇게나 굴러다닌다. 황량한 풍경은 달 표면을 떠올리게 한다.
바르토메우 마리 현대미술관장은 “물성과 질감, 수공적인 것에 깊이 천착해 독특한 시각 언어를 창조해 낸 이 작가의 작품세계를 잘 보여주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이 작가는 “내 작업은 시간성과 공간성에서 비켜나 형이상학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미술관과 함께 이번 전시회를 추진한 스위스 빈터투어 사진미술관의 토마스 시리그 큐레이터는 “평평한 느낌의 디지털 이미지가 만연한 시대에 질감과 물질성을 되찾고자 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지난 8일 개막한 이번 전시회에는 이 작가가 1990~2008년 작업한 11개의 아날로그 프린트 연작 사진작품 가운데 대표작으로 꼽히는 70여 점이 나왔다. 전시작은 모두 일반 인화지 대신 한지를 사용해 구현한 것들이다. 피사체를 흑백 필름으로 찍은 뒤 감광 유제를 한지에 발라 인화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한지 특유의 거칠고 아날로그적인 질감을 작품에 담기 위해서다. 전시작들은 아주 오래 전에 혹은 꿈에서 본 풍경인 듯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이 작가의 작품 속에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추상화의 점·선·면처럼 단순하고 감각적인 느낌의 돌, 지평선, 담벼락 같은 것들만 있다. 이 작가가 1991년 미국 횡단 여행을 했을 때 찍은 ‘미국의 사막Ⅰ 91-23’(사진)는 이런 그의 작품세계를 잘 보여준다. 몸을 웅크린 듯한 잿빛 덩어리가 사진 중앙에 덩그라니 놓여 있다. 그 아래에는 암석 부스러기들이 아무렇게나 굴러다닌다. 황량한 풍경은 달 표면을 떠올리게 한다.
바르토메우 마리 현대미술관장은 “물성과 질감, 수공적인 것에 깊이 천착해 독특한 시각 언어를 창조해 낸 이 작가의 작품세계를 잘 보여주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이 작가는 “내 작업은 시간성과 공간성에서 비켜나 형이상학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미술관과 함께 이번 전시회를 추진한 스위스 빈터투어 사진미술관의 토마스 시리그 큐레이터는 “평평한 느낌의 디지털 이미지가 만연한 시대에 질감과 물질성을 되찾고자 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