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새싹의 꿈, 키우는 보람

요즘 사무실 창밖을 내다보면 두꺼운 외투를 벗고 거리를 오가는 직장인을 많이 본다. 평소 직원들과 근처 남산공원 산책을 즐기곤 하는데, 어느새 파릇파릇 움튼 새싹의 모습이 참 반갑다.

긴 추위에도 살아남아 차가운 대지를 뚫고 나오는 생명력이 다시금 놀랍기만 하다. 조만간 화려한 꽃 잔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절로 미소 짓게 된다.주위를 둘러보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생의 꽃을 피우기 위해 출발점에 서 있는 새싹 같은 이웃이 많다. 일자리를 찾고 있는 젊은이들, 도약을 꿈꾸는 창업자들, 재기를 준비하는 소상공인들 모두가 소중한 새싹이다. 이들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물을 대고, 햇볕을 비추고, 바람도 막아줄 관심 어린 손길이 필요하다.

성공한 기업들 역시 홀로 성장한 것은 아니다. 18년 전 직원 20명으로 시작한 한 전자상거래 업체는 설립 이듬해 닷컴 버블 붕괴로 극심한 자금난을 겪었다. 하지만 창업주의 열정과 비전을 신뢰한 한 투자자와의 만남을 계기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했고, 결국 매일 1억 명이 물건을 구매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그렇게 마윈이 설립한 알리바바라는 새싹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도움으로 뉴욕 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5000억달러에 이르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필자가 근무하는 은행도 1982년에는 불과 3개의 지점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당시 슬로건이 ‘새싹의 꿈, 키우는 보람’ 이었는데, 고객과 함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담겨 있었다.한국의 대표 은행으로 성장한 지금도 그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따뜻한 금융’이라는 미션으로 이어 나가고 있다. 또한 미션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 혁신기업 투자, 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두드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아름드리나무도 붓털 같은 새싹에서 자란다.’ 《도덕경》에 나오는 노자의 말씀처럼 처음부터 커다란 나무로 태어날 수는 없다. 2030세대가 포기하지 않고 미래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혁신벤처기업이 좌절하지 않고 국가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기업과 사회가 응원하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새싹의 꿈을 멋지게 키워가는 보람을 함께 느끼게 되길 바란다.

위성호 < 신한은행장 sunghowi@shinh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