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21년째 회수 못한 공적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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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서는 우리은행 잔여 지분 매각 얘기가 자취를 감췄습니다.”
최근 만난 한 금융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면서 공적자금 회수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을 꼬집었다. 급할 때는 국민 세금을 끌어다 공적자금을 투입해놓고, 정작 회수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국민 사이에서 ‘정부가 혈세를 아무렇게나 쓴다’는 불신이 쌓이는 데엔 21년째 회수하지 못한 공적자금 영향이 작용할 거란 분석도 내놨다.정부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회사 부실을 정리하기 위해 투입한 공적자금은 총 168조7000억원이다. 이 중 지난해 3분기까지 회수한 금액은 115조4000억원으로 회수율은 68.4%다. 국민 세금이 투입된 지 21년이 지났지만 50조원가량은 되찾지 못했다. 올해 말까지도 회수율 60%대를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공적자금 회수 구조에 대한 지적은 과거부터 계속됐다. 한국보다 더 많은 공적자금을 투입한 뒤 빠르게 초과 회수한 미국 사례와도 비교된다. 미국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총 4264억달러(약 497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6년 만인 2014년 12월 4417억달러(약 515조원)를 회수했다. 회수율이나 회수 속도가 빠른 요인으로는 정부의 관리 능력이 꼽힌다. 미국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성과보수체계 제한, 도덕성 등 까다로운 조건을 부과하고 사후관리 감독기구를 신설해서 관리 감독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에 사실상 손을 놓은 분위기다. 낮은 회수율에 대한 대책이 없다. 받을 수 있으면 받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당시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았다면 실물 경제로 부실이 확산돼 더 큰 피해가 발생했을 거라는 논리를 앞세운다. 하지만 공적자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면 그 부담은 다시 국민 세금으로 넘어간다.지난해 공적자금 회수율이 조만간 공개된다. 금융위원회는 2002년 이후 분기마다 공적자금 회수 현황을 공개한다. 이번에도 회수율에는 큰 진전이 없을 전망이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건 때 되면 나오는 회수율 현황이 아니다. 빠른 회수가 가능하도록 목표나 원칙을 지금이라도 다시 정립해야 하는 게 아닐까.
정지은 금융부 기자 jeong@hankyung.com
최근 만난 한 금융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면서 공적자금 회수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을 꼬집었다. 급할 때는 국민 세금을 끌어다 공적자금을 투입해놓고, 정작 회수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국민 사이에서 ‘정부가 혈세를 아무렇게나 쓴다’는 불신이 쌓이는 데엔 21년째 회수하지 못한 공적자금 영향이 작용할 거란 분석도 내놨다.정부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회사 부실을 정리하기 위해 투입한 공적자금은 총 168조7000억원이다. 이 중 지난해 3분기까지 회수한 금액은 115조4000억원으로 회수율은 68.4%다. 국민 세금이 투입된 지 21년이 지났지만 50조원가량은 되찾지 못했다. 올해 말까지도 회수율 60%대를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공적자금 회수 구조에 대한 지적은 과거부터 계속됐다. 한국보다 더 많은 공적자금을 투입한 뒤 빠르게 초과 회수한 미국 사례와도 비교된다. 미국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총 4264억달러(약 497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6년 만인 2014년 12월 4417억달러(약 515조원)를 회수했다. 회수율이나 회수 속도가 빠른 요인으로는 정부의 관리 능력이 꼽힌다. 미국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성과보수체계 제한, 도덕성 등 까다로운 조건을 부과하고 사후관리 감독기구를 신설해서 관리 감독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에 사실상 손을 놓은 분위기다. 낮은 회수율에 대한 대책이 없다. 받을 수 있으면 받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당시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았다면 실물 경제로 부실이 확산돼 더 큰 피해가 발생했을 거라는 논리를 앞세운다. 하지만 공적자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면 그 부담은 다시 국민 세금으로 넘어간다.지난해 공적자금 회수율이 조만간 공개된다. 금융위원회는 2002년 이후 분기마다 공적자금 회수 현황을 공개한다. 이번에도 회수율에는 큰 진전이 없을 전망이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건 때 되면 나오는 회수율 현황이 아니다. 빠른 회수가 가능하도록 목표나 원칙을 지금이라도 다시 정립해야 하는 게 아닐까.
정지은 금융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