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덮친 민주… 지방선거·1당 사수 '비상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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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두, 당 만류에도 사직서 제출… 박수현, 자진사퇴 거부더불어민주당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쓰나미’ 여파로 지방선거 승리와 1당 유지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 출마를 교통 정리하는 작업은 가닥을 잡아가고 있지만 민병두 의원의 자진사퇴와 박수현 예비후보 처리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민병두 "의원직 사퇴" 고수
1석이 아쉬운 지도부 '곤혹'
박수현, 선거운동 재개
검증위서 '부적격 판단' 가능성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민 의원은 12일 “이미 밝힌 대로 의원직을 사퇴한다”며 국회의장실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민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제가 한 선택으로, 제 말에 귀를 기울여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앞으로 어디에 있건 공의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지도부가 “사실관계 규명이 더 이뤄져야 한다”며 사퇴 반려 입장을 공식화했음에도 사직서 제출을 강행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본인의 의지가 워낙 강경한 것 같아 설득이 쉽지 않다”며 “회기 중에는 원내교섭단체가 동의해줘야 사직서를 처리하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설득작업을 할 생각”이라고 전했다.여권 내에서는 본인이 끝까지 사퇴 의사를 접지 않으면 하반기 원구성 협상을 고려해 6·13 지방선거 이후 사표를 수리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의석은 121석으로 자유한국당과 5석 차이에 그친다. 제1당 유지를 위해 현역 출마를 최소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민 의원의 자진사퇴건이 불거지면서 민주당 지도부는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민주당은 이날 여성 당직자 특혜공천 및 불륜의혹이 제기된 박수현 예비후보(전 청와대 대변인)의 충남지사 후보 자격 여부에 대해서는 ‘자진 사퇴’를 권고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민주당 한 최고위원은 “본인은 억울할 수 있지만, 전체 선거를 생각해야 하고 본인도 자연인 신분에서 해명할 기회를 갖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고 판단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는 이날 오전 회의를 열어 박 후보의 예비후보직 적격 심사를 벌였지만, 사실관계를 더 조사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박 후보가 자진사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검증위에서 부적격 판단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박 후보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터진 직후인 지난 6일부터 중단했던 선거운동을 이날 다시 시작하며 출마의지를 굽히지 않아 교통정리에 난항이 예상된다. 그는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투운동과 개인사를 가공한 흑색선전은 분명히 다르다. 네거티브 공작에 굴복하지 않고, 진정성을 갖고 도민과 함께하겠다”며 선거운동을 재개했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장 출마가 유력시됐던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전날 불출마를 공식화한 데 이어 이날 이개호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 여권 지도부가 한시름 던 모습이다. 이 의원은 “국정 성공이 우선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 전남지사직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국정 주도권을 보수 야당에 넘겨서는 안 된다”며 불출마 결심이 1당 사수를 위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이 의원은 민주당 내 광주·전남지역 유일 현역 의원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을 일축했다. 현역의원이 경선에 뛰어든 광역단체장 지역은 서울·경기·인천·대전·충남·충북 등 6곳이며 이 가운데 2~3곳에서 현역의원이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다. 여권 내에서 김경수 의원의 경남지사 전략공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후보가 확정되는 5월에는 민주당 의석이 현재보다 4곳 정도 감소한 117석이 될 수도 있다. 당 관계자는 “한국당이 보수 성향 무소속 의원 1~2명을 영입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1당 유지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며 “현역 출마를 세 곳 이내로 줄여야 하는 게 지도부의 고민”이라고 전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