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로 포착한 꽃의 영혼, 한 편의 詩와 명상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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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1
이명옥의 전시 리뷰 - 송영숙 사진전
국내 최초 사진 전문 한미사진미술관 설립
한국 사진계 위상 높여
세계여행하며 촬영한 '명상' 시리즈 47점 소개

사진전 개막식에서 송영숙은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18년의 긴 세월을 보내고 개최된 개인전에 감회가 깊었던 것일까? 작가의 열정과 자부심이 담긴 말 속에는 미세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참석자들을 향해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진심으로 갈망하는 일이 창작활동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던 그는 왜 18년 이후로 작품 발표를 미뤘던 걸까?

자연의 최대 선물인 꽃의 겉모양이 아니라 꽃의 영혼을 작품에 담았기 때문이다.
그가 꽃의 영혼을 카메라에 포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단 한 점의 사진을 얻기 위해 정성을 다해 꽃을 관찰하고, 꽃의 눈길로 우주를 바라보고, 꽃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꽃과 자기 자신, 카메라가 하나가 되는 세상을 꿈꾸었기에 가능했다.‘자연세계에 대한 포기할 줄 모르는 안내자’로 불리는 미국의 시인 메리 올리버의 산문집《휘파람 부는 사람》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지금 이 순간은 아니지만 곧 우리는 새끼 양이고 나뭇잎이고 별이고 신비하게 반짝이는 연못물이다.’
송영숙의 작품이 전시된 한미사진미술관(전시 기간 2월22일~4월7일)에서는 달팽이가 기어가듯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관객이 사진 속 자연풍경으로 들어가 산책할 수 있도록 햇빛, 저녁노을, 나뭇잎, 꽃, 돌멩이를 고요히 응시하며 존재의 깊이에 가 닿는데 필요한 시간만큼 느리게, 천천히….
이명옥 < 한국사립미술관협회 명예회장 savinalecture@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