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관세 폭탄' 코앞인데… 미 '면제협상' 가이드라인도 안내놔

EU·일본 등 면제 로비 치열…김현종, 13일부터 막판 총력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 폭탄' 부과를 강행하면서 오는 23일까지 관세 대상국과 일대일 협상을 통한 면제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아직 미 행정부에서 아무런 후속 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다.관세 부과 발효가 목전에 닥쳐 한국을 비롯한 수출국들의 '면제 로비'가 불붙는 가운데 미 측 협상 파트너가 누구인지조차 결정되지 않아 각국이 애를 태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다만 미국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 상대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는 조치 대상에서 한시적으로 제외했다.내달 초 8차 재협상을 앞둔 나프타 재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관세 대상국의 "수출품이 미국에 가하는 위협을 해소한다면 면제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말해, 앞으로 '소명'을 거쳐 면제국을 추가할 방침임을 밝혔다.

그는 면제 협상 시한을 관세 조치가 발효하는 오는 23일로 정했다.그러나 12일(현지시간) 현재, 미 행정부는 면제 협상 절차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번 조치의 관세 면제는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을 면제받는 '국가 예외', 일부 제품만 면제받는 '품목 예외'의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국은 일차적으로 '국가 예외' 적용을 위해 노력하되, 만약 무산된다면 주력 수출 상품 중심으로 '품목 예외'를 받겠다는 구상이다.미 통상가에서는 '국가 예외'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품목 예외'는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각각 협상대표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 통상 관계자는 "현재로선 미국 측 협상 파트너가 누구인지조차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대미 수출국들의 면제 로비는 이미 불이 붙었다.

말콤 턴불 호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전화 통화를 해 면제를 약속받았다.

턴불 총리는 지난 9일 통화 직후 트위터에 "호주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새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줘서 감사하다"는 글을 올렸다.

또 유럽연합(EU) 세실리아 말스트롬 통상담당 집행위원과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난 1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만나 관세 면제국 명단 제외를 요청했다.

이 회동은 지난해 12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의 후속 조치로서 철강 분야 과잉생산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으나, EU와 일본 측은 사활을 건 관세 면제 로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에서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13일 미국을 방문, 국가 예외를 적용받기 위해 막판 설득전에 나선다.김 본부장의 워싱턴DC 방문은 이달 들어서만 세 번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