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생까지만 응시하세요"… 사관학교의 엄격한 나이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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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육군사관학교 생도를 꿈꾸던 허모씨(20)는 곧 이룰 수 없는 꿈이란 것을 깨닫고 좌절했다. 내년도 사관학교 입학은 1998년 3월2일 이후 출생자부터 가능해 2월19일생인 자신은 지원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허씨는 “간절한 목표였는데 시험조차 볼 수 없다니 허탈하다”고 털어놨다.
"나이로 지원기회 박탈은 낡은 사고·기본권 침해" vs
"젊고 유능한 생도 양성 취지… 기수간 단합·진급 등 문제"
군 장교를 양성하는 사관학교가 생도 입학에 엄격한 나이 제한을 둠으로써 수험생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군 엘리트 육성과 내부 기강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입시에 여러 번 실패하거나 뒤늦게 진로를 바꿨다가 원서 접수도 못하고 좌절하는 수험생이 많다. 각 사관학교 홈페이지와 네이버 카페 ‘제복인’ 게시판에는 매년 관련 내용에 대해 상담하는 글이 끊이지 않는다. 생물학적 나이를 기준으로 지원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공무담임권 등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개인마다 본인의 적성과 진로를 찾는 속도가 천차만별인 요즘과 어울리지 않는 구습이란 비판도 있다.그러나 국방부와 사관학교 측에선 나름의 사정이 있다는 설명이다. 국방부 교육훈련정책과 관계자는 “사관학교 졸업 후 임관은 군에서 대표적인 ‘엘리트 코스’”라며 “젊고 유능한 생도를 조기에 확보해 정예 장교로 양성하기 위한 취지”라고 나이 제한 이유를 밝혔다. 한 사관학교 입시담당자는 “너무 나이가 많은 생도가 들어오면 기수 내 단합이나 상급생과의 관계가 모호해진다”며 “임관 후 진급이나 연금 수령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난히 엄격한 국내 사관학교 나이 제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곳곳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미국 육사에 해당하는 웨스트포인트도 연령 상한선을 뒀으나 만 23세까지다. 경찰대는 지난 6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제한 연령을 ‘40세 이하’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경찰대처럼 연령 제한을 완화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