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서훈-폼페이오 긴밀히 소통해와 문제 없다"… 상황 변화엔 촉각

미국 국무장관 전격 교체 '파장'

미국 외교 사령탑 교체, 한반도 '운명의 두 달'에 미칠 영향은

"트럼프 의중 잘 아는 측근, 북·미회담 성공시킬 적임자"
'어설픈 합의 않겠다' 메시지… 강경화 외교, 예정대로 방미
청와대, 북한 비핵화·종전선언 등 일괄 타결 방식으로 추진
오는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단행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격적인 외교 사령탑 교체가 숨가쁘게 진행되는 한반도 정세에 새 변수로 떠올랐다. 청와대와 정부는 렉스 틸러슨 전 미 국무장관(사진) 후임으로 지명된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최근의 남북, 북·미 대화 조성 움직임에 깊숙이 관여해온 만큼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백악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와대 “한·미 공조체제 이상 없다”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4일 “폼페이오 후보자는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우리 측 인사들과 긴밀하게 소통해왔다”며 “한국과 미국 간 공조 체제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막후 실력자인 폼페이오가 전면에 부상하면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한층 탄력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의용 실장-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라인 역시 잘 가동되고 있는 만큼 남북, 북·미 회담 관련해 한·미 간 조율이 좀 더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측 카운터파트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미 간 조율에) 문제가 없을 것 같다”며 “그동안 긴밀하게 (공조체제를) 유지했으니 폼페이오 후보자가 새 인물이지만 긴밀히 일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 장관은 예정대로 15~17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존 설리번 국무장관 대행과 회담할 예정이다. 강 장관은 당초 15~17일 방미해 16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회담할 예정이었다.◆폼페이오, 북·미 대화 성공시킬 적임자

외교 전문가들은 폼페이오가 업무 능력이 탁월한 데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이라는 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시키기에는 더 적합한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폼페이오와 서훈 국정원장이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해와 폼페이오가 더 많은 대북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무리해서 심복을 앉힌 것은 효율성을 발휘해 이번 회담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대북 강경파로 분류되는 폼페이오를 전면에 내세워 북한에 비핵화를 더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틸러슨의 경질은 북한과 어설픈 합의는 안 하겠다는 것이고, 완전한 핵 폐기가 되는 협상이 되지 않으면 미국은 더 강한 압박을 할 것이라는 뜻을 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핵화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국의 대북 압박 정책은 더 강도가 세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폼페이오 후보자는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이해하고 그대로 이행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상회담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겠지만 북한과 협상이 잘 안 되면 미국의 대북 제재는 이전보다 훨씬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와대 “고르디우스의 매듭 끊을 것”청와대는 이날 북한의 비핵화와 종전(終戰)선언, 평화협정 문제를 일괄 타결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까지 점층적으로 (북한과) 대화를 해왔다면 지금은 그렇게 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복잡하게 꼬인 매듭을 하나씩 푸는 방식이 아니라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버리는 방식으로 나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알렉산더 대왕이 복잡하게 얽힌 매듭을 단칼에 끊어버린 일화에서 나온 말로 과감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 관계자는 “더 큰 고리(비핵화)를 끊어버림으로써 다른 문제(종전선언, 제재 완화 등)들을 자동적으로 푸는 방식이 아닐까 한다”고 했다. 이는 과거 정부에서 추진한 ‘선(先) 비핵화, 후(後) 체제보장’이라는 단계적 접근 대신 비핵화와 북한이 원하는 걸 한꺼번에 교환하는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는 뜻이다.

김채연/조미현 기자 why29@hankyung.com